젊은 유권자 성별로 편 가르는 대선주자들, 손익 계산서는?

입력 2022-01-10 17:35:41 수정 2022-01-10 21:02:3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스페이스살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스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대선 후보들이 '젠더 이슈' 한가운데 섰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유권자 결집 효과를 노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들고 나서자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진보 성향 정당을 중심으로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정치권이 2030세대를 성별로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성가족부 폐지"

지난 7일 윤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문구다. 시작은 이 일곱 글자였다.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같은 날 SNS에 "성평등부(여성부) 강화"라는 문구를 올렸다. 윤 후보가 한 방식 그대로 응수한 것이다. 그는 이튿날에도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면 청년을 성별로 갈라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 후보"라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젠더 이슈' 논란에 뛰어들었다. 이 후보는 10일 오후 여성 창업가를 지원하는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여성의 고용 안정과 경력 단절 예방 콘텐츠 등을 개발하는 기업인들과 만나 일하는 여성의 고충을 청취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등의 공약을 잇달아 내놓은 윤 후보와 뚜렷한 차별화 행보를 통해 '여성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전날에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배달 아르바이트생 등 청년들과 '국민 반상회'에서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과 관련해 "한쪽 편을 정치적 목적으로 들면 안 된다"면서 "누군가 밀어내지 않으면 내가 둥지에서 떨어져야 하는 극한적인 갈등 상황이 그들의 잘못은 아니잖으냐"고 꼬집었다.

윤 후보가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에 구애하려는 정치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 후보는 한 참석자가 이 후보의 유튜브 '닷페이스' 출연을 언급하자 "거기 한번 출연했다고 엄청 혼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페미니즘, 성소수자 문제 등을 다뤄온 유튜브 채널 '씨리얼'과 '닷페이스'에 출연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이 후보 측이 '페미니즘 편향 방송에 출연하면 안 된다'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주장을 받아들여 일정을 보류하자 당내에서 '2030 여성 유권자 패싱' 논란이 일었고, 이 후보가 닷페이스에만 나가는 것으로 갈음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여성계 등에서 여야 대선주자들이 20대 남성 표를 얻으려 '젠더 갈등' 부추기기, 눈치보기 행보 등을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다만 정치권은 이와 관련해 '젠더 이슈' 논란에 불을 붙힌 윤 후보의 손익 계산서에 집중한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윤 후보 지지율이 떨어진데 이대남이 중요 변수는 아니었지 않느냐"면서 "분명 '여가부 폐지' 언급으로 지지율에 반등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 정책, 젠더 갈등 관리 등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않음으로써 정책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어 손익 계산을 따지면 0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선거 컨설팅업체 엘엔피파트너스 이주엽 대표는 "'여가부 폐지' 공약이 옳고 그르냐, 페미니즘 이슈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논쟁거리이지만 분명한 것은 윤 후보가 선거전략에 변화를 주었다는 점"이라면서 "2030세대가 소구하는 매체에서 그들이 기피하는 방식이 아닌 간결한 어투로 나아간 점을 봐야 한다"면서 "다만 이를 '공약 발표가 장난이냐'고 생각하는 세대는 어떻게 공략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