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먹는 하마’가 돼 버린 지자체 공공시설

입력 2022-01-06 05:00:00 수정 2022-01-06 06:29:54

대구시청 전경. 매일신문DB
대구시청 전경. 매일신문DB

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2020 회계 연도 전국 지자체 공공시설 운영 현황'에서 드러난 이들 시설의 부실 운영 실태는 말문을 막히게 한다. 조사 대상 공공시설 열 곳 중 아홉 곳이 적자로 운영되고 있었다. 가히 혈세 먹는 하마라고 불러도 무방할 지경이다.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공공시설 설립 풍조와 부실한 사후 관리가 빚어낸 총체적 난맥상이 아닐 수 없다.

광역지자체 200억 원 이상, 기초지자체 100억 원 이상을 들여 설립한 전국의 문화·체육·복지·관광 등 공공시설 882곳에 대해 나라살림연구소가 조사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89.7%인 791곳이 2020년 한 해 적자를 냈다. 882곳 공공시설을 설립하는 데 28조 원이 들어갔으며 2020년에만 총 1조8천억 원의 운영비가 투입됐지만 이 해 올린 총수익은 고작 6천억 원이다. 민간 부문이라면 진작에 접고도 남았을 수준의 부실 운영이다.

일평균 이용객이 100명 이하인 곳이 절반가량(436곳)이고 한 해 이용객이 0명인 곳도 23곳이나 됐다. 관리 인력이 한 명도 없는 곳 또한 47곳이나 됐다. 대구와 경북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대구의 총 27개 공공시설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2곳에 불과했으며 경북 역시 89곳 공공시설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3곳에 그쳤다. 대구경북 공공시설이 2020년 한 해 동안 낸 적자는 총 1천336억 원에 달했다.

공익성과 복지라는 설립 목적상 공공시설의 적자 발생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공공시설의 운영 실태에는 너무나 문제가 많다. 수요 및 시장 분석을 제대로 했다면 지어서 안 될 공공시설들이 넘쳐난다. 지자체장들이 경쟁적으로 선심성 정책을 펴고 선거 논공행상에 따른 자리 안배에 매몰되면서 생겨난 총체적 부실이다. 공공시설 운영 사후 평가를 지금처럼 대충 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된다. 효용성 없는 공공시설은 과감히 없애야 하고 공공시설 무분별 설립에 대한 법적·제도적 제어 장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