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인력 다이어트, 올해 대구은행 희망퇴직 100명 훌쩍 넘길 듯

입력 2021-12-28 16:00:48 수정 2021-12-29 20:44:10

올들어 국내 은행권 희망퇴직 5천명 이상, 사상 최대규모
비대면 금융 보편화, 디지털 전환 투자 앞서 인건비 줄이기
"베이비부머 등 대상 연령대 많고 호실적에 여력도 충분"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매일신문 DB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매일신문 DB

올들어 대구은행에서만 100명 이상의 희망퇴직이 몰리는 등 은행권에 5천명 이상의 '역대 최대규모'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금융권 호실적 속에 희망퇴직 조건이 좋은데다 각사의 지점 영업인력 축소 의지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DGB대구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9~24일 대구은행 희망퇴직 신청에는 90여명이 몰렸다. 최종 퇴직인원은 오는 30일쯤 확정할 예정이지만 대부분이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은 앞서 올 4월과 7월에도 희망퇴직을 접수 받아 각각 23명, 26명이 퇴사했는데 올해 희망퇴직을 통한 퇴사자는 지난해(41명)에 비해 3배 넘게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올들어 지난해에 비해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인원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면서도 "금융권 전반의 트렌드 변화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 은행 역시 감원에 적극적인 것은 매한가지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희망퇴직에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396명,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 56명 등 452명이 퇴직 의사를 밝혔다.

BNK금융지주의 부산은행, 경남은행도 연말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두 은행 모두 2022년 1월 1일 기준으로 10년 이상 근무했다면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을 정도로 대상 연차를 낮춘 게 특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들어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7개 은행의 희망퇴직자만 4천888명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도 20일부터 추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 업계에서는 올해 희망퇴직하는 은행원은 5천명이 훌쩍 넘는다.

은행권이 과감한 감원에 나서는 이유로는 금융 트렌드 변화가 핵심에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지점수가 줄고 있는데다 지점에 예전만큼 많은 직원을 둘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 중이다. 은행권 전체적인 퇴직 규모 늘고 대상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불문하고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까지 뒷받침되면서 퇴직 조건이 보다 후해진 영향도 있다. 대구은행은 앞서 지난 4월과 7월에는 각각 29개월치, 26개월치 이상의 월급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는데 이번에는 33개월치 이상을 지급하는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은행권 임직원 수는 12만2천4명이다. 2016년 13만6천353명에 비해 4년 간 10.5%(1만4천349명) 감소했다.

전국 은행 지점수 역시 2012년 말 7천835개를 정점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은행점포수는 6천326개로 약 10년 새 1천500곳 넘게 줄어들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시기에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인건비 감축에도 나서는 중"이라며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며 조직 슬림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