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기爐 고철 사용 늘려…1kg당 800원 선, 2년간 새 2배 폭등
원자재 가격 인상에 주물업계 '울상'…"납품단가 인상조차 어려워"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철강업계가 고철(철스크랩)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가운데, 지역 주물업계가 원자잿값 급등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고철 가격이 급등해도, 대기업과 거래 비중이 큰 업계 특성상 납품단가를 쉬이 올릴 수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최근 2년 동안 주물용 고철 가격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7일 지역 주물업계에 따르면 주물용 고철은 현재 kg당 약 750~8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9년 12월(360~390원) 대비 약 2배 폭등한 가격이다.
고철 가격이 이처럼 뛴 이유는 탄소 배출량 감축 요구에 직면한 철강업계가 '고철 확보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에 발맞추기 위해 대규모 철강기업들은 석탄을 쓰는 용광로(고로) 대신 전기로의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철 제조는 용광로에 철광석을 넣어 쇳물을 만드는 고로 방식과 고철을 녹이는 전기로 방식으로 나뉜다. 전기로는 석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고로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국내 철강사 역시 생산과정에서 전기로·고철 사용 비중을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는 2027년까지 전기로 2기를 신설함과 동시에 고철 투입 비중도 기존 15%에서 2025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대형 모선(폐선) 인수를 비롯해 안정적인 고철 확보 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한 지역 주물업체들은 대기업이 주도한 고철값 상승에 울상을 짓고 있다.
경북 고령에서 고철을 녹여 농기계·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주물업체 A사는 이달 고철값 상승으로 인한 원가 상승분이 올해 초 대비 5천만원(50%) 정도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실리콘, 망간 등 다른 부자재값도 1년 새 2~3배가량 뛰어 원가 상승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A사 대표는 "주물업체의 99%는 고철이 필요한 전기로를 쓰고 있기 때문에, 근래의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가 힘든 실정"이라며 "자체적인 원가절감도 거의 한계치라, 인건비 말고는 줄일 곳도 없다. 특히 원자잿값이 급등해도, 이를 제때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호소했다.
지역 주물업계 입장에서 원자재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김종태 대구경북주물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해도, 주 고객사인 대기업이 검토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린다. 반영돼도 원자재 인상분의 60% 수준"이라며 "결국 업체가 남은 손해를 전부 떠안고,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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