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 상여금 800%, 설·추석 귀향 교통비 150만원 지급 공약
5년만에 뽑은 기아차 생산직에는 직원 자녀 가산점 10점

현대기아차 본사. 매일신문 DB
5만에 생산직 채용에 나선 기아가 장기 근속자의 자녀를 사실상 우선 채용하는 것으로 논란이 인 가운데, 25일 기아의 새 노조 지부장에 강성 성향의 후보가 당선됐다. 현대차·기아 모두 강성 노조가 들어서며 파업 등 '노조 리스크'가 커지면서 미래차 산업에서 도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5일 기아 노조에 따르면 전날 열린 금속노조 산하 기아차지부 27대 임원(지부장) 선거 2차 결선 투표 결과 기호 1번 홍진성 후보가 당선됐다. 전체 조합원 2만8695명 중 2만6283명(투표율 91.6%)이 참여한 이번 결선 투표에서 홍 당선인은 1만3874표(득표율 52.8%)를 얻어 1만1770표(44.8%)를 획득한 기호 3번 윤민희 후보를 제치고 차기 지부장으로 선출됐다.
신임 지부장의 임기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이다. 지난 2000년 기아차에 입사한 홍 당선인은 기아 노조 내부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2006년 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을 벌여 6개월 구속 수감됐고, 최종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민주노총 대의원, 금속노조 중앙위원, 기아차지부 대의원 및 운영위원 등을 거쳤다.
홍 후보는 '고용도 임금도 복지도 최대로 쟁취하는 강한노조'를 지향하고 있다. 또 이번 선거에서 불확실한 미래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고용안정'과 '완전 월급제'를 2대 우선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소하리공장을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만들면서도, 일자리 축소는 막겠다는 것이 신임 지부장의 주상이다. 여기에 61년간 이어져 온 시급제를 폐지하고 완전 월급제를 시행해 고용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포부도 이어졌다. 홍 신임 지부장은 이 밖에도 ▷주 4일제 ▷61세 정년연장 ▷상여금 800% 쟁취 ▷성과에 걸맞은 최대 임금인상 ▷설· 추석 귀향교통비 150만원 지급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업계 화두인 '차량 온라인 판매'를 막아 판매 사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겠다고도 했다.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전기차 경쟁 심화 등으로 내년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조 리스크까지 불거질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며 일자리를 두고 노사 간 갈등이 극에 달할까 우려하고 있다. 회사들은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30~40% 정도 줄어드는 만큼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차량 온라인 판매도 코로나19 등 비대면 시대를 맞아 본격화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노조 반발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판매 노조는 수당 문제 등을 이유로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영국, 싱가포르, 러시아, 인도 등 해외세어는 온라인 판매 플랫폼인 '클릭 투 바이'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최근 기아가 5년 만에 생산직 직원을 공개 채용하는 과정에서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높은 수준의 가산점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장기근속 근로자 자녀 우선 채용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실제 가산점이 적용된 만큼 업계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진 것.
기아는 지난 7일부터 약 100명 규모의 생산직 공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서류 접수가 마감된 상태로 채용 예정 인원의 5배인 500여 명에게 서류 전형 합격을 통보 받았다. 당장 27일부터 면접 등 종합 전형이 예정돼 있다.
이번 공채의 경쟁률은 500 대 1에 달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서류 전형 과정에서 장기근속 자녀에게 10점의 가산점이 부여됐다는 것이 알려져 취업준비생들의 허탈감을 샀다.
10점은 5점의 가산점이 부여되는 보훈 대상, 사내 비정규직, 재직 중 질병 사망 조합원 자녀보다 두 배나 높은 점수다. 기아 생산직 채용의 서류 전형은 초·중·고 출결 30점, 행동 발달 20점, 성적 20점, 자기소개 10점, 자격증 10점, 전공 10점 등 총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장기근속자의 자녀라면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하는 자격증 없이도 이 부문에서 만점을 받은 지원자를 앞서게 되는 셈이다.
기아의 단체협약상에는 자녀 우선 채용에 대한 조항이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 내 해당 조항이 활용된 사례가 없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채용을 앞두고 기아 노조가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을 원칙으로 규정한 단협 제27조를 다시 꺼내들면서 가산점이 현실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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