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그깟 박근혜 사면 정도로 촛불시민정신 손상 입는 것 아냐, 미래로 나아가자"

입력 2021-12-24 21:39:59 수정 2021-12-24 23:55:49

지난 2017년 2월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스튜디오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국민경선 선거인단 국민참여 캠페인 홍보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2월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스튜디오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국민경선 선거인단 국민참여 캠페인 홍보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익 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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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씨 페이스북
황교익 씨 페이스북
황교익 씨 페이스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및 부인 김건희 씨 관련 의혹, 식용닭 크기 등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2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관련 생각을 잇따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이기도 한 그가 현재 지지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번 사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이라 눈길이 향한다.

이번 사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생각, 감정 등의 변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인 셈.

▶황교익 씨는 청와대발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소식이 나온 직후인 이날 오전 10시 8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쿠데타부터 2021년 '박정희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까지 주요 사건·인물을 나열, "박정희 시대가 무려 60년이다. 이제 끝내자. 새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가 설명한 '박정희 시대'는 다음과 같다.

1961년 박정희 군사쿠데타
1979년 박정희 사망
1979년 박정희 부하 전두환 군사쿠데타
1980년 박정희 부하 전두환 대통령
1988년 박정희 부하 노태우 대통령
2008년 박정희 후계자 이명박 대통령
2013년 박정희 딸 박근혜 대통령
2017년 박정희 딸 박근혜 대통령 탄핵
2021년 박정희 딸 박근혜 사면

이어 황교익 씨는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늘 국민을 좌절시킨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네들은 왜 죄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치적 화해와 사회적 통합을 핑계 대지만 국민은 정치공학적 결정일 것이라고 판단할 뿐이다"라며 "정치인에 대한 대통령 사면은 이번으로 끝냈으면 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에 대해 시민이 견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면 권한은 대통령에게 큰 짐일 수도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사면은 정치적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황교익 씨는 "당장 여론이 좋지 않다. 사면을 다음 정부에 넘기는 게 부담이 덜할 것인데, 굳이 이 시점에 사면을 하는 것에는 큰 뜻이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고 추측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사면권 행사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큰 뜻이 있을 것"이라며 두둔하는 뉘앙스도 나타낸 것.

이어 황교익 씨는 이날 오전 11시 44분쯤 또 다시 관련 글을 올려 "사면은 국가가 행하는 '법적 용서'이다. 시민의 용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박근혜는 법적으로 용서를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는 자신의 죄에 대해 시민에게 사과를 한 적이 없다"고 지적하며 "박근혜는 시민의 용서를 받을 자격도 없다"고 평가했다.

황교익 씨는 이날 오후 8시 45분쯤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여기서는 이날 '사면'이라는 단어와 함께 다수 사람들이 언급한 '촛불'이라는 키워드를 가리켰다.

그는 "그깟 박근혜 사면 정도로 광화문 광장 촛불 시민정신에 손상을 입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박근혜 감옥 넣는 게 촛불 시민정신의 전부는 아니잖는가. 과거로 흘릴 것은 흘리고, 우린 미래로 나아가자. 촛불 시민정신으로 밝힐 미래를 그리자"고 제안했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페이스북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페이스북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페이스북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페이스북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이는 이날 잇따른 부정적 평가, 심지어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뉘앙스까지 담은 언급들과 대비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결정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동력이었으며 바로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의 기반이기도 한 '촛불시민'들을 배신했다는 실망감의 표현, 그래서 이번 사면은 문재인 정권 스스로 촛불정신이라는 정체성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쏟아졌던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로 알려져 있는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이날 오후 4시 25분쯤 자기 페이스북에 "그 어떤 이유도 시민을 우습게 여긴 문재인 대통령 처사를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비판했고, 이어 오후 4시 58분쯤에는 "촛불시민이 그리도 우습게 보였냐"라고 물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변호인이면서 여러 시사 이슈 관련 언급을 잇따라 내놓으며 주목 받은 정철승 변호사는 이날 오후 4시 27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민주당 정부의 박근혜 사면을 두둔하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 생각을 밝힌다"며 "문재인 민주당 정권의 박근혜 사면은 아무런 명분도 없이, 촛불혁명을 배신하고 촛불시민을 바보로 만든 모리배짓"이라고 평가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다만, 황교익 씨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미래를 강조한 언급은 또 있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날 오후 3시 25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비롯된 사회적·정치적 교훈을 충분히 얻었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은 이런 교훈이 충분히 달성된데다 건강까지 악화된 전직 대통령을 계속 감옥에 둘 수 없다는 고민의 발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국정농단과 불법뇌물, 정경유착은 더 이상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고 '교훈'의 효과를 기대했다.

아울러 그는 앞서 이어진 지지자들의 부정적 평가를 의식한듯, "일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국정농단 부패범죄'에 대한 봐주기로만 이해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촛불정부를 마치기 전에 촛불정부가 출범했던 과정을 정리하려는 대통령의 고뇌를 한번 더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결정에 대한 '비판' 및 '두둔' 여론이 계속해 나타나고 있고, 이게 쌓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국정 운영 및 향후 대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시선이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