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국민통합 앞세웠지만…결단 배경에 궁금증, 의아한 정치권
참모진과 논의 없이 독단 결정…朴 건강 상태 악화 부담 작용
최악의 상황 땐 큰 타격 우려…靑 "대선 고려 없었다" 선긋기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격 사면했다. 이번 사면은 문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사면과 관련해 밝혀온 원칙과 배치되는데다 차기 대선까지 75일 남은 시점이 더해져 결단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번 특별사면을 두고 정치권은 공히 의아함을 표한다. 이번 신년 특사 논의가 진행되던 이달 초만 해도 박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법무부가 생계형 사범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한데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도 전직 대통령 사면 안건에 부정적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날 사면 결정 직후 대변인을 통해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 통합을 위한 사면이란 뜻이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의 사면은 국민 상식이 용납하지 않고,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사면은 오히려 국민 통합을 해치게 된다"며 '국민 공감대'를 대원칙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간 나온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사면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애매하다. 같은 화자의 두 말이 상충하는 셈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뇌물 ▷알선수재 ▷알선 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와 반(反) 시장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 등에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2017년 12월 29일 문재인 정부 첫 특사 단행 때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5대 중대 범죄에 포함됐거나 돈과 관련된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문 대통령이 천명한 사면 배제 조건에 해당함에도 사면권을 행사했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선 이후 대통령 당선인과 협의를 거쳐 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박 전 대통령 건강상태가 악화하면서 문 대통령의 마음이 다급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 어깨·허리 질환으로 구치소와 외부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사면 시점에 대해 "과거 전례를 비춰보면 이번 연말이냐, 선거 끝난 이후 당선자와 상의해서 사면하느냐 두 가지가 있었을 텐데 그 두 가지 중 이번 연말로 하게 된 계기는 여러 고려사항이 있었겠지만 박 전 대통령 건강 문제도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찬성·반대) 의견을 두루 들으신 것으로 알고 당연히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별세 이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중에 건강이 극도로 나빠질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특별사면 계획을 밝히며 "고령자나 중증환자와 같이 어려운 여건의 수형자분들도 인도적 배려 차원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 역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차기 대선 고려는 전혀 없었으며 문 대통령 고유의 결정이라고 일축한다. 여당과 상의를 거치지 않았고 청와대 내부 참모진들 사이에서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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