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단독주택지 '종 상향' 허용…주택 선택 '유연한 도시계획'

입력 2021-12-23 19:08:03 수정 2021-12-23 20:30:35

전국 유일하게 대구에만 설정…과도한 제약에 주거여건 악화
공동주택 선호 시대변화 감지
10~20% 기부채납해 도로, 주차장, 공원 등 기반시설 확충

제1종일반주거지역 종상향 기준. 자료 대구시
제1종일반주거지역 종상향 기준. 자료 대구시

대구시가 23일 '대규모 단독주택지 관리방안 혁신'을 발표하면서 낡고 오래된 단독주택지의 대변화 가능성이 열렸다. 대규모 단독주택지 최초 지정 당시의 취지는 흐려지고 정주여건만 지속적으로 악화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다.

◆종상향 허용 배경은?

이번 대규모 단독주택지 종 상향 허용 결정에는 이들 지역에 대한 제도적 제약이 과도하고 주거 여건 악화가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대규모 단독주택지는 다른 제1종 일반주거지역과 달리 종 상향이 원천적으로 불가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장기간 이어졌다. 일반적인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택지개발, 공공주택 등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종 상향이 가능하다.

단독주택지보다 공동주택을 선호하는 시대적 주거선호도 변화 역시 감안했다. 대구시는 도시 내 다양한 주거형태를 확보하려는 최초 지정 당시의 취지는 사라지고 원룸 등 난개발이 이어지면서 교통, 주차, 안전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대규모 단독주택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시에만 설정돼 있는 독특한 형태라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주민설문조사는 물론 12명의 전문가와 공개모집한 9명의 시민 등 21명으로 주민참여위원회에서도 개선 필요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놨다.

주민참여위원회를 주도한 김한수 대구시 도시계획위원회 부위원장(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은 "오늘 발표된 정책은 주민들이 살고 싶은 주택을 선택하는 유연한 도시계획 모델의 표준"이라며 "적정한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개발지역의 변화뿐만 아니라 주변지역 환경을 개선해 개발과 보존이 공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구의 주택 가격이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시기도 무르익은 점도 결정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수년간 대구 주택시장이 일부 과열돼 있었는데 지금은 미분양과 미입주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대규모 단독주택지 전면 혁신방안을 발표한다고 해서 주택 경기를 과열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고 강조했다.

◆규모별 공공기여율 차등적용

대구시는 난개발을 방지하고 적정면적의 기반 시설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종 상향을 신청할 수 있는 최소 개발면적과 조건을 3단계(1만~3만㎡)로 나눠 발표했다.

종 상향 단계별 기준을 세부적으로 정해 개발사업자에게는 단계별 종 상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1단계는 1만㎡ 이상 면적으로 사업부지 내 사유지 면적의 10%를 공공기여하면 12층 이하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할 수 있다.

2단계는 2만㎡ 이상 면적을 높이제한 없는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하는 경우다. 공공기여율 조건은 15%다.

3단계는 3만㎡ 이상 면적으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할 경우 20%의 공공기여를 해야 한다. 고밀개발이 가능한 2, 3단계 종상향 시에는 전체 면적의 5~10% 이상은 주차장이나 공원을 만들도록 한다.

대구시는 이같은 10~20%의 공공기여율 기준을 최근 10여년 간의 대구시 개발사업의 수익률과 기반시설 필요성 등을 고려해 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건에 따라 사업구역 내 기존 도로 면적이 개발사업에 필요한 전체 도로로 대체가능할 경우엔 공공기여되는 부지(사업면적 15~20%) 전체를 주변지역 주민들을 위한 주차장과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 같은 조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주민 의견을 모아 선호하는 수준의 개발방식을 선택하면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위원회 등이 관련 심의를 통해 최종 확정한다.

◆'미니뉴타운' 도입, 1종지역 층수·용도 제한완화

대구시는 계획적 주거지 개발과 도시기반시설 재배치를 촉진하는 '미니 뉴타운 방식의 주거지 개발 유도방안'도 이날 함께 발표했다.

창의적이고 계획적인 주거지역 종합개발안을 주민들이 제안할 경우 단계별 종 상향에 따른 10~20% 의무 공공기여량 적용 대상으로 두지 않고 기존 기반시설 재배치를 통해 기부채납할 땅의 면적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대규모 단독주택지는 토지구획정리사업 시 대부분이 단독주택 필지로 계획돼 블록별 내부도로율이 평균 15%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때문에 큰 규모의 사업 시행시 기존 기반시설 재배치만으로도 토지이용 효율성이 대폭 증대될 수 있어 가능한 조치다.

대구시는 이에 따라 10만㎡ 이상 사업지에는 사업지 내 개발밀도 관리를 통해 전체 평균 2종 일반주거지역(최대 용적률 250%) 규모로 단독주택, 아파트, 상업시설 등 다양한 주택이나 건물 유형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단독주택지가 아니라도 모든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해서 다양한 주택유형 수용과 주거·상업 완충기능이 도입될 수 있도록 층수 및 건축물 용도 제한을 완화한다.

현재 대규모 단독주택지에서만 운용되고 있는 층수 및 건축물 용도 완화 규정을 제1종 일반주거지역 전체로 확대 적용한다. 단 택지개발지구나 공공주택지구 등 계획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 지역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구시는 종 상향 최소규모인 1만㎡에 못 미치는 소규모 블록도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공동개발할 경우 아파트는 7층까지 건축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역세권이나 상업지역 경계부의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주거기능과 상업기능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업·업무 등 건축물 허용 용도를 완화해 다양한 유형의 주택과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한다.

단독주택이 밀집한 수성구 들안길 일대. 매일신문DB
단독주택이 밀집한 수성구 들안길 일대. 매일신문DB

◆"혁신적 변화", "수성구 과밀 우려"

도시계획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대구시의 이번 조치가 시대적 변화를 적절히 반영한 정책이라는 판단과 함께 우려도 일부 제기했다.

최영은 대구경북연구원 도시재생지원센터장(도시계획학 박사)은 "지금껏 대구시의 도시계획은 규제 성격이 강하게 부각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변화는 의미가 크다. 단순히 종상향을 통해 개발 밀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주택 유형을 수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주민은 물론 도시계획위원회, 전문가 참여기구가 함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종 상향이 막혀있던 주민들의 고충이나 입장 역시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정책이라고 했다. 조 사무처장은 "대규모 단독주택지 상당 부분이 수성구에 있어 수성구 집중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수성구 과밀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지역간 격차 심화를 부를 수 있다"며 "특히 범어·만촌 지역은 대구의 요지인데 땅값이나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행정이 아닌가 하는 의문 역시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대구시는 내년 상반기 내에 행정예고 등 절차를 밟아 '대구시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 개정을 완료할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상위법과도 저촉되지 않아 이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만한 부분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해 여러 필지가 공동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주거여건 개선을 꾸준히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