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나흘 간 TK 파고든다…"李·尹 네거티브전, 동굴 속 개구리"

입력 2021-12-19 18:30:26 수정 2021-12-19 20:19:12

매일신문 인터뷰서 "국민통합·과학기술이 시대정신"
"李·尹 가족 리스크에 나라 미래는 뒷전"
"K방역, 정치방역 그만두고 과학방역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 매일신문DB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 매일신문DB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일 다시 대구경북(TK)으로 파고들었다.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 TK 방문이다. 안 후보는 전체 대선후보군 가운데 가장 자주 지역을 찾고 있다. 이번에도 작심한 듯 3박 4일 간의 긴 일정을 잡았다.

안 후보는 거대 양당의 이재명·윤석열 두 대선후보가 '가족 리스크'로 난타전을 주고받으며 주춤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과학자'이자 학자로서의 모습을 어필하며 조금씩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번 주가 지지율 상승의 분수령"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매일신문을 찾아 가진 인터뷰에서도 가족 리스크를 겪는 다른 두 후보에 관해선 '후보 합동검증위'를 제안하며 날을 세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과학기술'과 '국민통합'으로 꼽았다.

◆ "李·尹 가족 리스크에 나라 미래는 뒷전"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가족 의혹에 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후보 합동 검증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각 정당과 언론단체, 정치 관련 학회가 직접 중립적이고 공식적인 검증 체계를 구축하자는 얘기다.

제안 취지에 관해 안 후보는 "대선은 국가 미래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하고, 당선된 후보가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보는 게 당연한데 오히려 지금은 본인들의 도덕적 의혹에 더해 가족들까지 나왔다"며 "후보 자신의 의혹은 '쌍특검'으로 해결하고, 가족 의혹은 검증위에서 직접 검증해 후보들은 서로 비방하기보다 정책과 비전 경쟁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명백한데, 서로 조금씩 왜곡하면서 방어하는 논리를 이어가고 가짜다 아니다 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다. 진실 규명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 공방만 남았는데, 그럴 수록 우리나라의 미래는 뒤쳐지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딸 안설희 씨와 온라인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갖가지 가족 의혹에 시달리는 이재명·윤석열 후보와의 차별화 행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사실 그렇게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정상 아니냐. 그게 조명을 받는다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웃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 매일신문DB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 매일신문DB

◆ "K방역, 정치방역 그만두고 과학방역으로"

안 후보는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중단하고 다시금 거리두기 고삐를 조인 데 대해서는 "과학방역을 해야 하는데 정치방역을 한 것"이라고 날 세워 비판했다.

의사 출신인 안 후보는 "지난해 1월 말 코로나19가 메르스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했고, 같은 해 2월에는 중국 입국자를 전면 차단하자고 했으며 5월에는 백신이 연말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올 2월에는 워싱턴포스트에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경고하는 기사가 나왔는데, 정부가 모두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최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K방역은 국민이 한 일이고 의료진이 한 일인데, 왜 자꾸 실패라고 이야기하느냐"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서는 "자기들이 잘했다고 해놓고 욕 먹을 때는 남 핑계를 댄다"고 맹공했다.

안 후보는 "그때는 자기들이 자화자찬을 했고, 문 대통령도 기자회견 때 '방역은 너무 잘 해서 물어볼 게 없느냐'고 했을 정도였다"며 "본인이 그래놓고 지금와서 무슨 국민과 의료진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금 국민과 의료진이 잘못해서 이렇게 됐다는 것인지, 기분 나쁜 일"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찾아올 코로나19 '엔데믹' 시대에 관해서는 '백신 주권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지금까지 임상 3상에 (국산 백신은) 겨우 한 개가 올라갔는데, 다른 나라보다 1년 반 이상 늦는 것 아니냐"며 "다음 대통령 때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올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에 빨리 대응,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은 사람 생명에 더해 경제 문제다. 국가의 방역실력이 경제력과 직결된다는 교훈을 이번에 얻었듯, 이제는 제대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통합·과학기술이 시대정신"

안 후보는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국민통합'과 '과학기술'을 꼽았다.

그는 앞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를 청와대에 공식 요청하면서 그 이유로 '국민통합'을 꼽았었다. 안 후보는 "이 정부의 수법이, 정부가 잘못을 해서 공격받으면 소수를 악마화해 국민들끼리 싸우게 만들면서 그 비난을 사라지게 만드는 식으로 해왔다"며 "자신들의 국내 정치를 위해 국민 분열을 여러 군데 이미 만들어뒀고, 외교까지 이용해 국익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나라가 분열된 채 양당 대선후보 중 하나가 당선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위기를 극복할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나라가 한꺼번에 추락할까봐 두렵다"고 우려했다.

안 후보는 또 과학기술에 관해서는 "과학기술 패권을 가진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고, 국가 지도자는 전선의 맨 앞에서 사령관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얼마 전 외교부에서도 MIT 공학 박사를 뽑았다는데, 요즘 외교 현안을 보면 코로나19 백신부터 반도체 공장까지 과학 기술자가 없으면 뭘 할 수가 없다더라"며 "세상이 이렇게 바뀐 걸 사람들이 모른다. 지금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과학기술이 외교와 경제, 안보까지 하나가 돼 돌아가는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다른 후보들이) 서로 네거티브를 하고 싸우는 것을 보면 그나마 하늘이라도 보는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서 '동굴 안 개구리' 같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 매일신문DB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 매일신문DB

◆ "비호감 대선, 내가 더 좋은 대안"

안 후보는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범야권의 '단일화론'에 관해서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서 내가 야권 대표선수로 나가게 해 주면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며 아직 단일화 의사가 없음을 에둘러 밝혔다.

안 후보는 "문 정부의 갈라치기로 극단적인 양당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그 양당 후보가 아니면 불리한 건 너무 쉽게 눈에 보인다"면서도 "지금 양 후보들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나 커졌고, 비호감 대선이 된 상황에서 제가 더 좋은 대안이라는 걸 앞으로 알려드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스로의 높은 비호감도에 관해선 "지난 10년 간 거대 양당에서 공격받고, 이미지가 왜곡된 상황에서 25%의 호감도는 선방한 것"이라며 "제가 가진 비전과 정책, 성취를 통해 신뢰를 얻고자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TK 시도민을 향해선 "코로나19 당시 정부의 거리두기가 시작되지 않았을 때에도 알아서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그럼에도 경제적으로 낙후한 상황을 바꿔야 하는데, 부울경 메가시티처럼 대구경북 광역경제권으로 인구 500만을 넘기면 내부에서 자생적인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가진 재정 권한이나 법률적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고, 지방정부 스스로 민간 기업을 유치할 능력을 갖게 해야 한다. 공기업을 나눠줘 봤지 아무 소용 없고, 결국 민간 기업 유치가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