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 은퇴 선언

입력 2021-12-16 18:02:10

후시진 중국 환구시보 총편집인. 웨이보 캡쳐
후시진 중국 환구시보 총편집인. 웨이보 캡쳐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며 중국 관련 민감한 국제 이슈에서 당과 정부를 대변해왔던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인(61·사진)이 은퇴를 선언했다.

후 총편집인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라오후(老胡·후시진을 가리키는 애칭)는 돌아오는 새해가 되면 62세가 된다. 이제 은퇴할 시기가 다가왔다"면서 "이미 퇴직 수속을 밟고 있으며 앞으로는 환구시보 총편집인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다. 후 총편집인은 중국에서 6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해 대중적으로 영향력이 큰 언론인 중 하나다.

공산당 기관지 특성 상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일은 있을 수 없지만 후 총편집인은 중국과 갈등을 빚는 국가를 향해 강성 애국주의 발언과 상대를 향해 쏘아붙이는 '독설'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최근 중국과 경제 갈등을 빚는 호주를 향해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껌'이라고 폄하하는가 하면 민주화 시위를 전개했던 홍콩 시위대를 '이슬람국가(ISIS)'에 비유하며 '테러리스트 분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국과도 악연이 있다. 사드 갈등 때인 2017년 9월 한국을 향해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같은 막말을 했고 방탄소년단(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 중 한국전쟁 발언을 집중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후 총편집인의 공격적 성향을 우회적으로 활용했다. 당국이 직접 입장을 밝히거나 인민일보나 중국 중앙(CC)TV 등을 통해서는 할 수 없는 거친 표현을 후 총편집인 입을 사용해 전달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후 총편집인 별명이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인 이유다.

한편, 후 총편집인의 위상은 지난해 12월 환구시보 내부 고발로 촉발된 '혼외자' 논란 때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그를 당 중앙 기율검사위원회에 고발한 것은 환구시보 부편집인인 돤징타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