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청년 졸업식

입력 2021-12-15 10:48:13

김지영 극단 만신 대표
김지영 극단 만신 대표

졸업, 혹은 졸업식이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뭉클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말이다. 그저께 꽃다발을 든 세 사람이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물어보셨다.

"졸업식 했습니까?"

이날은 '2020-2021 대구문화재단 5기 청년예술가 육성 지원사업'의 수료식이 있는 날이었다. 앞서 말한 택시 승객 세 사람은 해당 사업의 수료자 세 명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나 또한 포함되어 있었고 말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지난 2년간 대구문화재단에서 '청년예술가'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받았다. 이 사업은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장르의 청년 예술가 열다섯 명에게 재정적 지원, 멘토링 진행, 공간지원 등의 활동지원, 그리고 홍보지원 등 다각도로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나는 이 사업에 속된 말로 막차를 탄 사람이었다. 신청 당시 내 나이는 서른 다섯이었고, 응모 가능한 마지막 연령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의 지원 기간이 끝난 지금 나는 서른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이 말인즉 이제 내가 사회에서 '청년'과 '청년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경계선 어디쯤 위치한 사람이란 뜻일 수도 있겠다. 그랬기에 택시 기사님이 던져주신 '졸업식'이라는 단어가 청년, 혹은 청년예술가로서의 졸업식을 떠오르게 했달까.

지난해 대구에서는 40세 이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씨어터페스티벌 '실패주의'가 처음으로 개최됐다. 그 연극제에 참여하며 그간 몰랐던 후배들(새로운 젊은 연극인들이나 젊은 단체들)을 무척이나 많이 만났다. 뜨겁게 활동하는 후배들을 보며 앞으로 내가 해나가야 할 또 다른 역할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청년을 위한 각종 사업이나 정책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것들을 다른 세대에 대한 역차별이라 바라보는 목소리 또한 종종 들어왔다. 물론 이 역시 충분히 유의미한 의견이라 생각한다. 청년은 청년이라서, 중년은 중년이라서, 노년은 노년이라서 겪는 각각의 고뇌와 어려움이 있을 터이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각 연령대에게 필요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 등이 고루 갖춰지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다만 졸업식에서는 나의 아름다웠던 지난날을 시기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하듯, 청년들을 '나 아닌 사람'이 아닌 '과거의 나'라 생각하고 좀 더 너그럽게 봐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청년 세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성' 혹은 '기성세대'라는 말에 대한 무조건적 반발심을 가진 이들 또한 적잖은 것이 사실 아니겠는가.

많은 선진이 닦아준 길을 통해 후진들은 좀 더 편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앞선 세대는 뒤에 오는 세대를 통해 좀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서로 간에 '너, 나' 를 나누고 배척하기보다 우리 모두가 이어져 있는, 서로의 과거이고 미래라는 생각으로 더욱 아끼고 응원해 준다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