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지긋지긋한 알레르기 벗어날 '알레르겐 면역치료'

입력 2021-12-15 06:30:00

3~5년 정도로 치료 기간 길지만 완치 가능한 유일한 치료법
알레르기 원인물질 찾아내고 서서히 몸을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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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될 수 있나요?", "약을 끊을 수 있나요?"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천식, 아토피피부염 등 만성 알레르기 질환은 평생 지속되는 만성 염증 질환이다. 고혈압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병을 겪는 환자 입장에서는 늘상 되풀이되는 아픔에다 때맞춰 약을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까지 진저리를 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간혹 증상과의 연관성이 확실한 알레르기 염증의 원인 물질, 즉 '알레르겐' (allergen)이 확인될 경우에는 병의 경과를 바꾸고, 약을 끊고, 완치를 노려볼 수 있다. 바로 '알레르겐 면역치료법'(Allergen Immunotherapy)을 통해서다.

해롭지 않은 외부물질임에도 특정인에서 과도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을 알레르겐이라고 부른다. 알레르겐 면역요법이란 확인된 원인물질을 아주 적은 용량부터 적절한 치료 간격을 두고 조금씩 양을 증가시켜 투여하면서 과민한 면역반응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역 관용 상태를 유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원인과 연관성 확인이 먼저

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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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겐 면역요법을 시도해보기 위해서는 원인 물질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알레르겐을 두 가지로 나누면 먼저 약물, 음식, 벌독 등과 같이 평상시에 접할 일이 없다가 갑자기 노출돼 두드러기, 혈관부종 및 심한 경우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는 알레르겐이 있다. 이러한 원인 물질을 찾아내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반면 일상생활에도 흔히 노출되는 물질에 알레르기 발생의 원인이 있다면 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예로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동물 털, 곰팡이, 바퀴벌레 등이 있다.

박한기 칠곡경북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회피 불가능한 알레르겐에 접촉되는 부위에 지속적인 알레르기 염증이 발생하게 되면 결국 피부와 호흡기에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천식이 발생한다"면서 "하지만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동물털이 가장 흔하게 면역치료를 고려하는 알레르겐으로, 바퀴벌레, 곰팡이 등도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는 원인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 환자가 어떤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알레르겐 피부반응검사 또는 MAST검사라고 불리는 알레르겐 혈액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박 교수는 "특히 알레르기 비염이 알레르겐 면역치료 효과를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콧물, 코막힘, 눈이나 코의 가려움증, 재채기, 기침, 호흡곤란, 쌕쌕거림, 가슴 답답함, 피부 가려움증, 피부 습진 등과 같은 증상이 한 달 이상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경우 상담을 통해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은 알레르겐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고, 다른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알레르겐검사에 강한 양성반응이 확인과 더불어 이로 인한 질환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습도가 높고 먼지가 많아 집먼지 진드기가 많을 수 있는 환경에서 증상이 악화되는지, 꽃가루의 경우 해당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계절에 악화되는지, 동물 털의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시점과 증상과의 연관성이 있는지 등이다.

박 교수는 "알레르겐 면역요법은 장기간 지속해야 하는 치료이므로 규칙적인 치료가 어렵거나, 간단한 약물치료에도 증상이 쉽게 호전되는 경증 증상에서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3~5년 꾸준한 치료만이 효과 거둬

피하면역치료 스케줄
피하면역치료 스케줄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알레르겐 면역치료의 방법으로는 피하면역치료방법과 설하면역치료방법이 있다.

피하면역치료는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게 단점이지만, 효과가 좋고, 다양한 원인물질에 대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설하면역치료는 약을 혀 밑에 넣어주는 치료방법으로 경구용 약처럼 가정에서 환자가 직접 복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제때 투약하지 않으면 효과가 덜하다. 또 피하면역치료보다 효과가 떨어지며 집먼지 진드기 이외의 항원은 아직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피하면역치료와 피내면역치료 모두 초기치료기간과 유지치료 기간으로 나눠 치료하게 된다. 유지 치료기간은 보통 3~5년을 지속한다.

초기요법 방법
초기요법 방법

박 교수는 "피하면역치료의 경우 초기치료기간은 목적하는 용량까지 알레르겐 투여용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보통은 1주 간격으로 12차례에 걸쳐 조금씩 용량을 증량해 주사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다만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 가능해 환자의 상태나 스케줄이 따라 조정 가능하며, 이후 유지 요법은 한 달에 한 번 피하주사를 맞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 일부 부작용도 나타난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주사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거나 가려운 증상이 있다. 대부분은 가벼운 정도로 하루 정도면 사라진다. 드물게는 심한 국소 통증, 부어오름이 수일간 지속될 수 있고, 경구 항히스타민제, 항류코트리엔제 등을 예방약으로 복용할 경우 예방 가능하다. 가장 심한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는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환자의 안전을 위해 병원에서 30분가량 관찰이 필요하다.

박한기 칠곡경북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박한기 칠곡경북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알레르겐 면역치료를 결심했다면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장기전을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박 교수는 "상당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치료이므로 장시간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치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본격적인 효과는 치료 시작 이후 3개월에서 1년 정도 이후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다 초기요법 과정에서 비염이나 천식이 일시적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고 치료에 임한다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한기 칠곡경북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