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짧고 여력 부족… 국내 기업 탄소중립 달성 ‘5중고’

입력 2021-12-09 11:19:00 수정 2021-12-09 18:57:09

전경련 국내 여건 분석 결과…“무탄소 에너지원 원전 활용 확대해야”
수소·재생에너지 경쟁력↓…산업구조·기술 열위도 한몫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7일 대전 유성구 (주)씨이텍을 방문해 이광순 (주)씨이텍 대표(왼쪽 첫 번째)가 탄소저감 연구개발 설비를 시연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7일 대전 유성구 (주)씨이텍을 방문해 이광순 (주)씨이텍 대표(왼쪽 첫 번째)가 탄소저감 연구개발 설비를 시연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한국과 G5국가의 제조업 및 탄소다배출 업종 비중 그래픽.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한국과 G5국가의 제조업 및 탄소다배출 업종 비중 그래픽.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불리한 산업구조, 짧은 감축 기간 등 유독 걸림돌이 많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국제비교를 통해 국내 탄소 감축 여건을 분석한 결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짧은 감축 기간에 따른 부담 ▷추가 감축 여력 부족 ▷차세대 핵심 탄소 감축 기술 열위 ▷재생에너지·그린 수소 경쟁력 부족 등이 '5중고'로 작용한다고 9일 밝혔다.

앞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탄소감축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19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28.4%였고, 철강·화학·정유·시멘트 등 탄소 다(多)배출 업종의 비중도 8.4%에 달했다.

이는 주요 5개국(G5‧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평균 제조업 비중(14.4%)과 탄소다배출 업종 비중(4.2%)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단기간 내 획기적 탄소 감축 기술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조업 분야에서 탄소 배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산업부문의 탄소 배출량 정점 연도는 2014년으로, 2050년까지 감축 기간이 36년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독일은 1990년, 영국·프랑스는 1991년, 미국·일본은 1996년이 정점 연도로 2050년까지 감축 기간이 54∼60년에 달했다. 한국은 G5보다 평균 20년 이상 짧은 기간에 탄소 감축을 추진해야 하는 처지다.

아울러 탄소 다배출업종인 철강, 정유업종은 이미 국내 기술과 설비가 최고 수준이라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종은 현존하는 탄소 감축 기술이 대부분 적용돼 1t(톤)의 철강 생산 시 추가적 탄소 감축 여력이 일본에 이어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정유 업종도 단위생산량 당 탄소 배출량이 세계 평균의 83.3% 정도로 최고 수준의 효율을 기록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철광석에서 철을 생산할 때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하는 방법), 바이오납사(사탕수수 등의 원료를 추출해 만드는 납사) 등 획기적 감축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추가적 감축 여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 확보를 위한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