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엔 "교내 접촉자에만 공지"…학부모들 반발 "감염 키우는 행위"
학생들 “내가 다니는 학교 상황을 모른다는 건 납득 어려워, 학교 측 대응 허술”
방역 전문가 “감염 예방에 대한 환기 차원에서도 전체 공지 필요하다” 지적도
대구 한 고등학생 학부모 A(62) 씨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교사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화가 났다. 학교가 확진자와 접촉한 일부 교사와 학생에게만 확진 사실을 공지해서다. 이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 상당수는 확진자 발생 소식을 알음알음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학교는 밀집 환경이라는 특성이 있어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감염 우려가 있다. 확진자의 접촉자들에게만 알리는 것은 감염을 키우는 행위다. 교내 확진자 발생을 숨김없이 전체 공지하는 것이 방역에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에서 감염이 잇따르자, 학교 측의 감염 대응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내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만을 특정해 공지할 게 아니라 전체를 대상으로 알려야 감염을 빠르게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4주간(11월 7일~12월 4일) 학생과 교직원의 주간 확진자는 45→35→77→102명으로 급증했다.
교육청의 '교내 코로나19 예방 및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노출 동선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진다. 확진자 진술을 토대로 접촉자를 찾아 검사가 진행된다.
문제는 교내 노출 동선에 따라 접촉한 이들에게만 감염 발생 사실을 공지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A씨의 자녀 학교에선 확진된 교사가 1일 오전에 4시간가량 머물렀고, 접촉한 동료 교사와 일부 학생들에게만 소식이 알려졌다. 대부분의 학생은 확진자 발생 사실을 몰랐다.
학생들은 학교와 교육청의 대응이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다른 연령대보다 접종률이 떨어지는 학생이 밀집한 시설인 만큼 감염 사실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A씨의 자녀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C(16) 양은 "학교 내 확진자 발생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학생들의 알 권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역학조사에 시간이 걸리고 접촉자 파악에도 허점이 있을 수 있기에 신속하게 전체 공지해 자가격리나 이동·접촉 자제 등을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전체적으로 공지해 경각심을 주는 것과 상반된다"며 "확진자의 학교 내 동선에 대한 공개도 없어 불안감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방역 전문가들도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전체를 대상으로 공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정흡 칠곡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교내 확진자가 발생해 추가 감염 없이 넘어가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감염을 키울 우려가 있다. 확진자 발생 사실을 학생들 또는 학부모에게 충분히 알려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할 수 있도록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이 전교생 및 학부모들에게 공지하지 않은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학교는 확진자 발생 시 관할 보건소에만 신고하면 된다. 즉 확진자 발생 사실을 전교생과 학부모에게 공유하는 것은 학교장 재량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교내에서 확진자의 접촉자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를 제외하고는 전체 공지하지 않는다. 자칫 개인 신상이 노출될 수 있고,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 학생들이 불안해할 수 있어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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