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속에서] 연극 '뷰티풀라이프'

입력 2021-12-09 11:31:48 수정 2021-12-13 07:57:20

대구 중구 동성로 문화예술전용극장 CT에서
다음달 2일까지…황혼부부의 기억 필름 되감기

연극
연극 '뷰티풀라이프'의 한 장면. 비컨크리에이티브 제공

2016년 첫 공연 이후 대학로 인기 연극으로 각인된 '뷰티풀라이프'가 연말 관객몰이에 나섰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겨냥한 대구 상륙이다.

이달 1일 대구 중구 동성로 문화예술전용극장 CT에서 막을 올린 연극 '뷰티풀라이프'는 전형적인 2인극이다. 100분 러닝타임을 오롯이 남녀 배우 둘이 이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연극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관객의 검증이 헐겁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보인다.

3막으로 구성된 연극은 황혼 부부의 현재로 시작한다. 노부부 춘식과 순옥이다. 시각장애가 온 순옥의 손이 돼 주는 춘식. 그러나 춘식은 순옥보다 먼저 숨질 것을 예감하고 있다. 노부부에게 이별할 시간도 점차 다가오면서 이들은 지난 기억을 더듬는다.

극이 진행될수록 시간은 과거로 향한다. 황혼 부부는 2막에서 중년 부부로, 3막에 이르러 연애의 시작으로 회귀한다. 20년씩 뭉텅이로 시간을 거스르는 구성답게 레트로 감성은 감출 수 없다. 1990년대 삐삐에 이어 1970년대 손편지가 둘의 소통을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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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뷰티풀라이프'의 한 장면. 비컨크리에이티브 제공

부산 출신 노부부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배우들의 구수한 사투리가 귀에 착착 감긴다. 1일 있은 공연은 조준, 김가현이 이끌었다. 대구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뒤 서울 대학로는 물론 스크린에서 신스틸러로 활동중인 배우 조준의 대구 사투리와 부산 출신 김가현의 부산 사투리가 빚어낸 찰떡 연기였다. 한 달 넘는 장기공연으로 내놓은 자신감이 묻어난다. 마치 모든 대사가 애드리브로 채워진 듯 자연스럽다. 이들을 포함해 김원진, 권순미 등 네 쌍의 배우가 각각 무대에 오른다.

특히 애잔한 황혼 부부의 모습이 연애를 갓 시작한 연인의 모습으로 연결되는 3막에서는 관객의 입꼬리가 귀에서 내려오지 못할 만큼 깨알 웃음 코드가 이어진다. 로맨틱 코미디 연극의 레퍼토리가 된 관객 참여 무대도 있다. 5년 넘게 이어진 연극에는 어떤 필살기가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연출을 함께 맡은 조준 배우는 "누군가와 함께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믿고 사랑하는 것이다. 관객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옆에 있는 사람과 더욱 행복한 사랑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극 '뷰티풀라이프'는 다음달 2일까지 대구 중구 동성로 문화예술전용극장 CT에서 이어진다. 러닝타임 100분. 관람료 3만5천원. 문의 053)252-5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