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을 가다-영남대학교] 영남대박물관 소장 한국의 옛 지도(도판편‧자료편)

입력 2021-11-25 10:29:45 수정 2021-11-27 07:24:26

김대욱 학예연구원(영남대박물관)

영남대박물관 소장 한국의 옛 지도(도판편, 자료편)
영남대박물관 소장 한국의 옛 지도(도판편, 자료편)

사람들은 예로부터 자기가 살고 있는 땅의 모습을 올바르게 알기 위해 지도를 제작해왔다. 처음에는 이웃 지역과 물자가 있는 곳을 찾아가기 위한 길을 약도 그리듯 간략하게 그리는 초보적인 수준의 지도에서 출발하였다. 하지만 나중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행정과 군사상의 필요성 등 여러 목적에서 보다 치밀하고 정확한 지도를 제작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도는 개인적 삶이나 공동체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옛 지도는 현대 지도처럼 과학적 측량에 의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사람들과 삶터가 지녔던 개성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딱딱한 기호와 도형으로 이루어진 현대 지도에서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묘미가 고지도에 스며있는 것이다. 특히 한 폭의 그림과 같이 묘사된 지도는 땅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뛰어넘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작은 우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남대학교 박물관에는 ▷천하도(天下圖) ▷조선전도(朝鮮全圖) ▷도별도(道別圖) ▷군현도(郡縣圖) ▷도성도(都城圖) ▷관방도(關防圖) ▷산도(山圖) ▷경승도(景勝圖) ▷연혁도(沿革圖) 등 150여 종 800여 점의 옛 지도를 수집‧전시하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옛 지도를 수집한 것은 1960년대 말 이선근 영남대 총장과 심재완 박물관장 시절부터였다. 옛 지도의 발달을 살필 수 있는 각 유형의 지도를 모두 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지도역사 연구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수차례에 걸쳐 고지도에 대한 전시와 도록을 발간해 우리나라 고지도 연구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1998년에 출판한 '영남대박물관 소장 한국의 옛 지도(도판편‧자료편)'는 위에 소개한 영남대에 소장된 지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도판편은 '보는 지도책'으로 ▷천하도 ▷조선전도 및 도별도 ▷군현도 ▷도성도 ▷관방도 ▷산도 및 경승도 ▷외국도 ▷일제 강점기 때의 한국지도 등으로 구성하였다. 도판은 지도의 세부 내용도 관찰할 수 있도록 모두 원색 컬러로 인쇄하였다. 자료편은 '읽는 지도책'으로 박물관이 소장한 옛 지도 전체를 도판으로 소개하고 4편의 논고와 도판 해설을 수록하였다.

논고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양보경 교수(성신여대·지리학)는 한국의 옛 지도 전체를 개괄하며 세계 지도와 세계 인식, 조선전도와 국토 인식, 도별도와 지역 인식 등 지도에 묻어있는 당시 사람들의 시선과 인식 변화에 주목해 그 의의를 설명하였다.

이경미 교수(영남대·문화인류학과)는 조선 후기 영남지역 군현도를 중심으로 지도의 의미를 살펴 당시 사람들의 환경관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태호 교수(전남대·미술사)는 조선시대 지도와 회화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하였다. 즉 지도 제작에 화원들이 참여하였다는 것과 이로 인해 지도 속 바다나 산맥 등에서 회화적 요소를 찾았다. 또한 조선 후기 회화에 버금가는 그림지도의 유형과 화풍을 설명하였다.

박현수 교수(영남대·문화인류학)는 일제의 침략사가 조선지도 제작에 반영되었고, 일제의 조선 통치사가 조선의 역사와 문화 연구에 반영되었다고 보았다. 특히 지도 작성과 지리 조사는 식민지 획득과 그 통치를 위한 일반적이고 기초적인 조건으로 이해했다.

또한 도판에 소개된 모든 지도에 대한 형태와 제작 시기, 제원뿐만 아니라 각 지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옛 지도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김대욱 학예연구원(영남대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