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회복지사 있는 대구 종합병원 8곳뿐

입력 2021-11-22 16:49:07 수정 2021-11-22 21:26:57

고용 의무 아닌데다 수가 안 나와…17곳 중 47%만 "근무한다" 대답
자격 수당 없어 지원율마저 저조…"관련 법 정비 필요, 집무도 없애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대 청년의 아버지 '간병 살인' 사건을 계기로 의료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대구 종합병원 중 의료사회복지사가 있는 곳은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고용 의무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대구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17곳을 확인한 결과, 의료사회복지사가 1명이라도 근무한다고 대답한 곳은 8곳(47.1%)에 불과했다. 종합병원 관계자 가운데 '의료사회복지사'가 무엇이고, 일반 사회복지사와 무엇이 다른지 되묻는 사람도 있었다.

의료사회복지사 자격증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소지자 중 협회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1년 동안 수련 과정을 거친 후 최종 평가를 받은 사람만 얻을 수 있다. 이들은 입원 환자와 그 보호자에게 적절한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 주고 퇴원 후에도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사회복지사는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에서 발급하는 민간 자격증이었으나, 2018년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면서 국가 자격으로 신설됐다. 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에 따라 이들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현재 고용 체계는 허술하고 이들에 대한 인식 자체도 부족하다. 고용이 의무가 아니어서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지역 종합병원 중에서도 의료사회복지사가 없는 곳들도 많은 것이다.

현재 근무하는 의료사회복지사의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사회복지사 A씨는 "의료사회복지사 자격증을 힘들게 따도 여기에 대한 자격 수당이 나오는 게 아니어서 크게 이점이 없다. 그래서 의료사회복지사 모집 공고를 내도 지원율이 저조하다"며 "현재 업무 행위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의 수가도 나오지 않아 병원 입장에선 의료사회복지사를 고용할 동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잡무로 인해 본래 업무에 집중하기 힘든 환경도 문제다. 대구에서 20년간 의료사회복지사로 활동한 B씨는 "환자 상담은 물론 환자 보호자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지만 잡무나 일반 행정 업무를 시키는 경우도 많아서 본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생긴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 정비를 통해 병원이 의료사회복지사를 실제로 고용하도록 만들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묵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대표는 "일부 병원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원무과 직원에게 의료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게 해 겸직을 시키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며 "늘어가는 의료복지 서비스 수요를 감당하려면 병원이 의료사회복지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강제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