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온종일 밭일 시키는 시부모·이유없이 때리는 남편…"이런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어"

입력 2021-11-23 06:30:00 수정 2021-11-23 07:18:55

9년 전 캄보디아서 한국 시골마을로 결혼 이민 왔지만 사람 취급 못 받아
하나뿐인 딸마저 정신치료 필요…쉼터 퇴소 후 원룸서 기약없는 삶

캄보디아에서 온 엄마 하야(가명·36) 씨가 딸 영아(가명·8)의 끼니를 위해 요리를 하고 있다. 영아는 편식이 심해 달걀 요리밖에 먹지 않는다. 배주현 기자
캄보디아에서 온 엄마 하야(가명·36) 씨가 딸 영아(가명·8)의 끼니를 위해 요리를 하고 있다. 영아는 편식이 심해 달걀 요리밖에 먹지 않는다. 배주현 기자

대구의 한 여성쉼터에 배달시킨 피자와 치킨이 도착했다. 일제히 음식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속 한 아이만 구석에 앉아 있다. 엄마 하야(가명·36) 씨가 "빨리 가서 먹어봐"라며 아이를 슬쩍 밀어보지만 꿈쩍 않는다. 딸 영아(가명·8)는 도통 음식에 관심이 없다. 사실 영아는 태어난 이후로 피자와 치킨을 먹어본 적이 없다. 영아가 먹는 유일한 음식은 '달걀' 뿐. 자신이 딸을 저렇게 만들어온 건 아닌지 하야 씨는 마음이 저려온다.

◆결혼 이민 왔지만 가정폭력 당해

9년 전 캄보디아에서 결혼 이민을 온 하야 씨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살았다. 경북의 한 작은 시골 마을, 나이 많은 남성에게 시집을 왔지만 남편과 시부모에게 하야 씨는 가족이 아니었다.

한국에 적응할 새도 없이 그는 밭일에 투입돼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만 했다. 임신을 했지만 출산 직전까지 시부모는 일을 시켰다. 심지어 아이를 낳아도 그에게 주어진 휴식 시간은 단 1주일뿐이었다. 회복되지 못한 몸이었지만 가족들은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며 그를 내몰았다.

남편은 하야 씨를 분풀이 대상으로 삼았다. 매일같이 술을 먹고 이유 없이 아내를 때렸다.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에 하야 씨의 부모님이 캄보디아에서 찾아왔지만 '일을 안 하고 쉬고 있다'는 이유로 장인·장모가 보는 앞에서 폭력을 휘둘렀다.

하야 씨의 부모님은 당장 이혼을 하라고 했지만 이런 모습으로 차마 캄보디아에 돌아갈 수 없었다. 그와 아이는 매번 남편이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마을 어귀로 도망을 나가기 바빴다.

계속된 폭력에 주민의 신고로 하야 씨는 홀로 피해 쉼터로 들어가게 됐다. 더 때리지 않겠다는 남편의 약속을 받고 한 달 만에 돌아갔지만 변한 건 없었다. 2년 전 결국 아이와 함께 다시 쉼터로 들어와 이혼 소송을 준비했다.

◆이상행동 보이는 딸 걱정

폭력의 굴레에선 벗어났지만 문제는 딸 영아였다. 영아는 도통 쉼터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밥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동안 시골에서 방치된 탓이었다. 하야 씨는 시부모의 닦달로 아이와 유대관계를 쌓을 시간도 없이 매번 밭으로 향했고 영아는 돌봐주는 사람 없이 집에 홀로 방치돼 있었다. 거기에다 폭력을 쓰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마음은 닫혀버렸다.

커갈수록 영아의 행동은 거침이 없어졌다. 수업 중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는 것은 물론 본인의 눈썹을 쥐어뜯고 친구의 물건을 제 것이라며 떼를 썼다. 급식을 먹는 것도 어렵다. 시골에 살 때 아이에게 줬던 유일한 반찬이 달걀뿐이었던 터라 영아는 달걀이 아니면 어느 것도 먹지 않는다. 결국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상담을 받으러 간 큰 병원에서 아이는 약물치료와 함께 기약 없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쉼터 퇴소 후 아이와 함께 거주할 집과 생활비가 필요했지만 아이를 돌볼 이가 없어 일을 구하는 건 쉽지 않다. 언제 올지 모르는 선생님의 연락에 엄마는 늘 노심초사하며 휴대전화를 쥐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 쉼터 선생님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원룸을 하나 얻었지만 앞으로 낼 월세가 없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근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쉼터 생활 때 모아둔 시설 급여 300만원이 있지만 퇴소 후 월세를 내고 영아와 생활하다 보니 어느덧 통장에 남은 돈은 100만원뿐이다. 이제 영아의 정신과 치료도 그만둬야 할 판이다.

그런 모녀는 외출을 하면 돈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꼼짝없이 집 안에만 있을 수밖에 없다. 가끔 영아가 답답할까봐 하야 씨는 근처 놀이터라도 가볼까 싶지만 제대로 놀아본 적 없는 영아는 외출마저 싫어한다. 그렇게 모녀는 둘밖에 없는 공간에서 기약 없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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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홀로 돌보는 폐암 4기 아빠 김홍태 씨에게 2,494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딸을 홀로 돌보지만 폐암 4기에다 뇌출혈까지 겹쳐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김홍태(매일신문 11월 9일 자 10면) 씨에게 2천494만5천983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이정추 60만원 ▷방순옥 4만원 ▷라선희 3만3천원 ▷김순희 1만원 ▷김진만 1만원 ▷박진구 1만원 ▷허영재 1만원 ▷이진기 5천원 ▷'예수사랑' 2만원 ▷'유안윤성아빠' 1만1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희귀병 걸렸지만 돈 없어 치료 못하는 정만수 씨에게 1,838만원 성금

지방 축적되는 희귀병 걸렸지만 생활고로 돈이 없어 치료를 못하고 있는 정만수(매일신문 11월 16일 자 10면) 씨 사연에 44개 단체 147명의 독자가 1천838만5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뉴프라임(성점화)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정수철)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보영) 10만원 ▷상진특수판지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표음악학원(최영은)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도개종합건설(김현수)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2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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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칠회' 20만원 ▷'주님께감사' 13만원 ▷'주님사랑' '힘내세요(우체국1)' 각 10만원 ▷'김나현쌤' 7만원 ▷'김민규안유미' '매주5만원' '불자정순화' '세창사출.강석원' '재원수진' '최한태최수진' '힘내세요(우체국2)' 각 5만원 ▷'동차미' 3만4천원 ▷'마델룽병정만수님' '지원정원' 각 3만원 ▷'석희석주' '힘내세요' 각 2만원 ▷'조희수건강회복' '지현이동환이' 각 1만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 ▷'돼지' 1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