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인물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주 '1984 최동원'(감독 조은성)과 '왕십리 김종분'(감독 김진열)에 이어 이번 주는 국민 MC 송해 씨의 삶과 무대 아래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송해 1927'(감독 윤재호)이 개봉했다.
송해 씨만큼 전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연예인이 있을까. 올해 94세의 최고령 현역 연예인이다.
"제 이름은 송해이고, 고향은 황해도 재령입니다. 1927년 4월 27일에 태어났습니다."
6.25로 남한으로 피난온 뒤 창공악극단 단원으로 유랑극단 무대에 오르면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갑작스런 사고로 자식을 잃으면서 힘든 시간도 견뎌야 했지만, 1988년 KBS1 TV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을 맡아 현재까지 매주 일요일 정오면 소탈한 웃음과 속 깊은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가수, 희극인, 영화배우, 라디오 DJ, MC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지만 스타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그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거의 없다. 현대사를 국민과 함께 해 온 '살아 있는 현대사'나 다름없다.

영화는 그의 무대 뒤 모습을 보여준다. "갈 때도 의논이 좀 됐으면 했지." 아내를 보낸 그의 말은 무심한 듯, 안타까움과 연민이 가득하다. 전쟁으로 가족과 고향을 모두 잃은 실향민의 한과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아픔까지 진솔한 그의 삶을 관객에게 전해준다.
'1984 최동원'은 영화 제목처럼 1984년을 중심으로 지난 2011년 사망한 투수 최동원 씨의 활약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1984년 한국시리즈는 절대강자 삼성라이온즈의 우승을 의심치 않던 해였다. 그러나 부산의 무쇠팔 최동원은 그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최동원은 한국시리즈 7차전 중 5번을 등판해, 4승 1패를 기록하며 영원히 기억될 레전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롯데자이언츠의 품에 안겼다.
영화는 최동원의 10주기를 맞아 그 생생한 열흘간의 기록을 영화에 녹여 넣었다. 54세에 사망한 그의 불꽃같은 하이라이트 삶이 아닐 수 없다. 강병철 감독을 비롯해 그 우승의 주역들과 김시진, 김일융, 이만수 등 라이벌 삼성라이온즈 선수도 출연해 당시 기억을 회고한다.
최동원의 전성기 모습은 방송 녹화 영상과 당시 롯데 자이언츠 강병철 감독과 유가족이 소장한 영상을 디지털로 복원하고, 미공개 영상까지 담아 그를 기억하는 팬들의 추억을 되살려주고 있다. 배우 조진웅이 내레이션을 맡았다.송해와 최동원은 누구나 알 만한 인물이지만 '왕십리 김종분'의 주인공은 낯선 인물이다. 김종분 씨는 50년 넘게 서울 왕십리역 11번 출구에서 노점을 해 온 팔순의 할머니다. 백발이 성성한 브로콜리 파마머리에 헐렁한 몸뻬바지, 허리에 찬 전대까지 시장에 가면 흔히 만날 수 있는 노점상 할머니다.
고추와 파, 호박과 오이 등 야채를 팔며 때에 맞춰 옥수수도 삶아 팔고, 가래떡도 구워낸다. 길 위의 인생이라고 할까. 1년 365일을 비닐 조각으로 겨우 바람을 막는 노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왕십리 김종분 씨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 태어나 만 24살이 되던 해인 첫 아이를 낳았다. 둘째 딸을 낳은 지 얼마 안됐던 시기 집을 나와 남편 대신 돈을 벌기 시작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할머니지만 그녀의 가슴 속에는 아픈 상처가 있다. 스물 넷,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먼저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둘째 딸 김귀정 씨는 1991년 노태우 정권 퇴진을 위한 제3차 범국민대회에 참가했다가 사복경찰단인 백골단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삶은 그 순간 쌀강정처럼 속이 비고 만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딸의 묘에 가면 눈물이 먼저 쏟아진다.
영화에는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김 열사의 자세한 이야기도 담겼다. 친구들과 언니, 남동생이 생전 김 열사의 기억들을 풀어낸다.
인물 다큐멘터리는 함께 호흡하기 쉽지 않은 장르이다. 그러나 공감만 하면 그 어떤 영화보다 전해지는 감동의 진폭이 크다. 평생을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국민MC 송해의 슬픈 기억, 화려하게 살다 떠난 투수 최동원, 슬픔과 아픔을 겪었지만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왕십리 김종분. 그들의 삶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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