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이태원 씨 부친 故 이팔선 씨

입력 2021-11-18 12:00:00

아버지 이팔선(뒷줄 왼쪽) 씨와 이태원(앞줄 왼쪽) 씨 등 가족사진. 가족제공.
아버지 이팔선(뒷줄 왼쪽) 씨와 이태원(앞줄 왼쪽) 씨 등 가족사진. 가족제공.

아버지 불효자식 큰절 올립니다. 불러봐도 울어봐도 오지 않는 우리 아버지. 보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아버지는 체구도 작으시면서 우리 삼 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시려고 밤을 낮 삼아 일을 하셨습니다. 손은 두꺼비같이 딱딱하시고 손발이 갈라지시도록 몸을 아끼지 않으신 아버지셨습니다. 밥 세 끼 먹기도 힘든 시절 아버지께서 입으신 옷은 남이 주는 헌 옷이었지만, 그래도 자식들 옷은 '꼭' 새 옷을 사서 입혀주셨습니다. 동네 사람들 말을 빌리자면 "늦은 나이에 자식을 봐서 얼마나 좋았으면 80리 길을 걸어 미역을 사오시냐"며 아들을 낳았다고 기뻐하셨답니다.

그때 그 시절에는 차도 잘 다니지 않았지요. 할아버지가 어린 아버지의 손을 잡고 지금은 제 고향인 김천 마을, 조 씨의 집성촌으로 이사를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 씨의 성을 가진 아버지는 조 씨 집성촌에서 적응하기 위해 이웃과 다툼도 많으셨습니다. 정착해 잘 살기 위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노력이었습니다. 고생은 우리 말로 할 수 없고 그렇게 고생해 힘들게 얻은 아들이 저입니다.

1988년 12월 본인의 환갑잔치를 즐기고 있는 아버지 이팔선(오른쪽)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1988년 12월 본인의 환갑잔치를 즐기고 있는 아버지 이팔선(오른쪽)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어린 시절부터 저는 커서 성공하여 꼭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 어릴 적 소원은 아버지께 천 원짜리 한 자루를 갖다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드리지 못하지만, 아버지 잘살고 있으니 이제는 걱정 마셔요. 아버지는 큰아들 공부 많이 못 시켜서 고생한다고 항상 미안해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 저는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도 나왔으니 걱정마세요. 미안해 마셔요"라고 말했죠. 사랑하는 아버지. 우직하고 강직한 아버지에게 삶의 가치를 배우고 누구보다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 제가 키도 작고 몸도 약하고 많이 못 배웠다고 장가를 가지 못할까 봐 항상 걱정하셨죠. 그래도 친구 중에 제일 빠르게 결혼도 했고, 멋진 배우자와 함께 잘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 계실 적에 며느리 좋다고 그렇게나 동네방네 자랑하시던 모습이 어제 같습니다. 어느 겨울 눈이 오던 날 대구에서 며느리 온다고 눈 쌓인 길을 1km나 쓸어주시던 아버지의 든든하고 멋진 모습이 추워지니 더욱 더 그리워집니다. 경운기 사고를 내고 겁이 나서 떨고 있는 저를 찾아와서 "괜찮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신 언제나 내 편이던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1999년 11월 25일 제주도 여행에서 찍은 아버지 이팔선(오른쪽)와 어머니기념사진. 가족제공.
1999년 11월 25일 제주도 여행에서 찍은 아버지 이팔선(오른쪽)와 어머니기념사진. 가족제공.

아버지! 저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속으로 우신다는 것을. 그 속울음이 아버지의 땀인 것을. 땀 냄새가 속울음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가슴 속 저미게 아려오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어느덧 아버지가 떠나시고 이제야 철없는 아들, 힘차게 아버지를 불러본답니다. 아버지! 아버지!

살아생전에 조금만 더 잘해드렸더라면... 이제 와서 후회한 들 뭘 하겠습니까. 불효자식 용서해주십시오. 불효자식은 이제야 알았습니다. 세상에서 울 아버지가 최고 멋있는 사람이란 것을. 부디 좋은 곳에서 아픔이 없고 편견이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십시오. 더좋은 아들이 되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큰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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