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 연료절감사업 실적 저하가 '노조'탓?

입력 2021-11-11 17:25:02 수정 2021-11-11 21:02:40

대구 연료절감률 5.51%…부산 10.21%의 절반 수준, 서울 8.23%
수원 본사 둔 A사와 대구시, 구체적인 배분금액은 비공개로 일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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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내버스 기사들의 운전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연료절감사업'이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대구의 연료절감률이 다른 도시보다 떨어지자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연료절감사업이란 기사들의 운전습관을 표시하는 단말기를 운전석 앞에 설치해 경제 운전을 유도하는 사업을 말한다. 단말기에는 운전자·차량별 연료 소모율, 급가감속, 과속, 연비 등이 표시된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의 연료비 지원 예산을 아끼고 교통사고와 대기오염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2018년부터 집계된 대구 시내버스 연료절감률은 지난 4년 동안 5%대에 그치면서 목표했던 8%에 미치지 못했다. CNG 등 연료 사용량을 기준일보다 얼마나 줄였는지 나타내는 연료절감률은 사업 초기인 2018년 8~12월까지는 4.28%를 보이다 2019년은 3.41%로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해와 올해(1~9월)는 각각 7.08%, 7.30%로 전체 평균은 5.51%였다.

비슷한 시기 부산의 연료절감률은 2018년 9.76%, 2019년 10.18%, 지난해 7월 10.70%로 평균 10.21%를 기록했다. 서울은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연평균 8.23%의 연료절감 효과를 봤다.

연료절감사업을 주관하는 민간업체는 대구시와 대구시내버스노동조합을 실적 저하의 원인으로 꼽았다. 연료절감사업은 민간업체가 경제 운전 유도장치를 설치한 뒤 에너지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ESCO'(Energy Service Company)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구시는 지난 2017년 A사를 사업자로 선정(5년 계약)하고 2018년부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A사가 단말기 설치 등 초기 투자 금액을 감당하면 절감 금액은 대구시, 버스회사, A사가 각각 50%, 13%, 37%씩 나눠 갖는 방식이다.

다만 구체적인 배분 금액은 A사의 경영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경기 수원시에 본사를 둔 A사가 대구 시내버스 사업으로 해마다 얼마를 챙겨가는지 알 수 없다.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시내버스 연료절감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A사 관계자는 "서울시는 배분 금액과 별도로 절감액의 일부를 버스회사와 기사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며 "기사들이 운전습관 개선 시스템을 따라야 하는데, 아직은 미진하다. 노조와 버스업체를 상대로 꾸준히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아서 기사들의 이행률이 낮았지만 지속적인 지도와 점검으로 절감률이 많이 올라왔다"며 "올해부터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서 목표했던 8%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