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유품 정리

입력 2021-11-09 10:38:35

대현 스님(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대현 스님(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대현 스님(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여름에 푸르던 잎들이 곳곳에 붉게 물들여 산이나 길거리에서 아름답게 옷을 입히고 있는 가을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곱고 화려했던 단풍은 어디가고 한잎 두잎씩 잎이 떨어지기 시작해 시간이 갈수록 앙상한 가지로 남게 되는 것을 보면, '우리 인생도 언젠가는 저렇게 떨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 개개인들이 열심히 살았던 30, 40대의 푸른 꿈도 있었고, 50, 60대의 안정된 삶을 지나 60대 이상이 되면 인생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며 여유를 즐긴다. 그러면서 하나씩 마무리 하는 준비를 하면서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려고 하면, 몸은 병이 들고 정신은 나약해지고, 어느새 떨어지기 시작하는 낙엽과 같아진다.

맹자는 "하루하루의 근심거리는 걱정하면서 임명종시의 근심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은 정신적인 공부를 추구하라는 말씀이지만, 정신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부분도 준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인생의 최후까지 자기답게 살아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니어도 많이 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이젠 80세를 넘는다고 한다. 어느 나라 고령자도 70세가 넘으면 죽음을 생각하고 사전에 대비하려고 한다. 소유하고 있던 집이나, 재산 상속, 유언 등 어떻게 할 것인지, 연명치료는 할 것인지 등을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은 준비할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구나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100세 시대를 앞두고 예전보다 건강한 이들이 많고, 시골에서는 60, 70세가 젊은층에 속하기도 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50세부터 죽음을 준비한다. 사망 후에 유가족이 곤란한 상황을 격지 않고, 본인도 물질에서 자유로운 인생 후반기를 보내기 위해서 평생 자기와 함께 했던 물건들을 하나씩 나누기도 하고 기부하며 과감히 버린다는 기본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던 물건은 본인에게는 추억과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는 물건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살아있을 때 나누어주면 기쁨이 되지만, 생을 다하고 나누면 누구라도 꺼리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정리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면, 불필요한 물건을 구입하지 않고, 검소하고 마음을 비우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다. 마무리 하는 계획이 아니더라도 요즘 물질 만능시대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1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는 물건을 쌓아놓는 일이 너무 많다.

버리려고 하면 언젠가는 쓰여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버리지 못하고, 남을 주기도 싫어서 고이 간직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나이가 들면 힘이 들어 정리를 못하고, 집안에 마지막까지 손을 쓸 수가 없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남아 있는 물건들이 자손들에게 살림에 보탬이 되기는 커녕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혼자 살던 물건 TV, 세탁기, 냉장고 전자제품하며, 고이고이 쌓아놓은 옛 물건들, 선물받은 것들, 옷가지 등 내가 임종하는 동시에 자손들은 유품정리사를 통해서 정리해주기를 바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 버리고 살라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것만 두고 홀가분하게 준비하는 것은 여생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는 기본이 될 것이다.

평생을 사랑하고 시봉해왔던 내 몸도 버려야 하거늘, 내가 사용했던 물건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살아있을 때 재산뿐만 아니라 필요없는 유품을 서서히 정리하고, 마지막에는 조촐하고 정갈하게 보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