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노태우 아들 "대통령으로서 공과 있지만 최고의 아버지였다"

입력 2021-10-31 10:45:33 수정 2021-10-31 12:45:13

노재헌 변호사, '아버지 전상서'에서 "5·18 상처 치유하기 위해 노력"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부인 김옥숙 여사,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장남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들이 추모를 위해 참석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부인 김옥숙 여사,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장남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들이 추모를 위해 참석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대통령으로는 공과 과가 있지만 가족에게는 최고에 아버지였다며 부친을 떠나보낸 심경을 밝혔다.

노 변호사는 31일 장문의 '아버님 전상서'에서 "이제 아버지를 보내드린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명암과 함께 살아오신 인생, 굴곡 많은 인생을 마감하셨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군인, 정치인, 대통령을 거쳐 일반시민으로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사법의 심판으로 영어의 몸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 후 큰 병을 얻어 긴 시간 병석에 누워 고통스럽게 지냈고, 결국 영광과 상처가 뒤섞인 파란 많은 생을 마감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대통령 퇴임 후 큰 수모를 당하실 때조차 당신이 다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씀했다"라며 "원망의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국민과 연사에 대한 무한 책임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하셨다"라고 덧붙였다.

노 변호사는 "아버지는 5·18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희생과 상처를 가슴 아파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자 했다"라며 "이 시대의 과오는 모두 당신이 짊어지고 갈 테니 미래세대는 우리 역사를 따뜻한 눈으로 봐주기를 간절히 원하셨다"라고 썼다.

선친이 늘 강조한 신조는 '비굴하지 말아라', '민족 자존심을 지켜라'였다면서 "6·29 선언을 결단하고 북방정책이라는 자주외교를 펼치게 된 것도 이 신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적었다.

노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도 '추모의 글'이라는 제목으로 "아버지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지만, 주어진 역사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분"이라며 "대통령으로서는 공과 과가 있지만, 가족에게는 최고의 아버지였다"고 썼다.

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언제나 아내와 가족을 우선으로 뒀다면서 "먼 곳에 출장을 떠나셔도 항상 집에 연락을 빼놓지 않았다. 아마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혼자 갈 수 없어 그 긴 고통의 세월을 병석에서 버티셨나 보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을 '절제와 중용이 몸에 밴 분'이라고 칭하며 "'비워라. 그럼 다시 채워준다'는 철학으로 평생을 사신 분이었다. 그렇게 욕심이 없으셨던 분이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큰 고통이었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12·12 주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과 더불어 수천억 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과 관련한 혐의로 수감됐고 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천600억여 원을 선고받았다.

노 변호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도 "희생과 상처를 가슴 아파했다. 5·18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자 했다"며 "대통령 재임 시 희생된 학생, 시민, 노동자, 경찰,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을 안타까워하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평생 자신과 가족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완벽한 분은 아니었다"면서도 "자신을 숨기거나 속이지 않으셨다. 당신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 칭했고, 한 사람의 의인보다 여러 명 보통 사람의 힘을 더 믿었다"고 전했다.

앞서 노 변호사는 지난 27일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의 재임 시절 일어났던 여러 일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달라"는 고인의 유언을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