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휴대폰 텔레그램 암호 풀면 '대장동 의혹'도 풀릴까

입력 2021-10-27 18:42:57

비밀번호로 잠긴 메신저 대화 상대·내용은?
휴대폰 교체 전부터 나눈 대화 내용 복원 가능성도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최근까지 쓴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이 한창이다. 휴대전화 속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의 암호 잠금을 풀면 이번 의혹의 열쇠도 나올 지에 관심이 쏠린다.

텔레그램은 사용자끼리 주고받는 메시지를 고도로 암호화해 저장하는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이다. 서버가 해외에 있고, 수사기관이 텔레그램 측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해도 응하지 않는다.

27일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지난 25일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분석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9층 자택 창문 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찾아 파손된 부분을 복구한 뒤 처음 열어봤다.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중순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같은 달 29일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 할 때까지 열흘 동안 썼다. 통화와 문자메시지, 텔레그램 외에 다른 연락 수단은 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이 텔레그램으로 누구와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주목된다. 그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중인 경찰은 텔레그램 실행에 필요한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어 대화 내용을 살펴보지 못했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수감 중인 유 전 본부장을 접견해 비밀번호를 받은 뒤 다음 포렌식 때 경찰에 제공하겠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이 이 휴대전화를 개통한 시점은 대장동 의혹이 막 불거지던 시기다. 그런 만큼 텔레그램을 이용해 이번 사건의 다른 핵심 인물과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텔레그램은 이용자가 휴대전화 단말기를 바꿔도 자신의 전화번호로 인증해 로그인하면 서버에 저장된 대화 목록이 단말기에 동기화된다. 유 전 본부장이 대화 내용을 미리 삭제하지 않았다면 그가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까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말을 맞춘 정황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사기관 안팎에선 이런 대화 내용을 통해 사건 수사에 힘이 실릴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반대로 유 전 본부장이 입을 열지 않는다면 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미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 은폐하려 한 이력이 있다.

더욱이, 그가 대화 상대와 내용을 숨기고자 텔레그램을 설치, 이용했다면 그가 비밀번호를 순순히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전에 컴퓨터나 다른 휴대전화로 텔레그램에 접속해 대화 내용을 이미 삭제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단 경찰은 다음 포렌식을 할 때까지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 등 다른 데이터 복구·분석 작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다음 포렌식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현재 유 전 본부장 측과 조율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은 수사와 관련된 부분이어서 밝힐 수 없지만,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어떤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