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박승호 전 포항시장 "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신앙처럼 굳었던 분"

입력 2021-10-26 17:31:23 수정 2021-10-27 17:15:48

10년 가까운 근접 수행 인연

박승호 전 포항시장
박승호 전 포항시장

경북 포항에서 민선시장을 두 차례 지낸 박승호 전 시장은 26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신앙처럼 굳었던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포항고를 졸업하고 용인대학교 졸업 후, 박 전 시장은 1983년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1기 공채로 들어가 1984년 당시 노태우 조직위원장의 비서관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85년 노태우 민주정의당 총재비서관으로 임명됐다.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가 노태우 대통령 퇴임 6개월을 앞두고 총무처로 자리를 옮기면서 노 전 대통령 곁을 떠났다.

박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꽃 피울 수 있는 초석을 만들었으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어느 날 아침 청와대에서 영부인하고 산책을 하시다가 영부인이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놔두느냐. 그러니까 이런저런 얘기를 물태우니 얘기 듣지 않느냐.' 그러니까 노 대통령님이 화를 내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대한민국이 지금 민주화를 하지 않으면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박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님은 어쨌든 전두환 정권 7년 동안의 올림픽조직위원장과 초대 체육부 장관을 거쳐 의령 총기사고가 나자 내무부 장관으로 수습까지 했다. 이렇게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준비했고 대통령이 되기 위한 국가 운영을 착실히 준비했다. 그 덕분에 집권 후 영종도 신공항과 KTX, 주택 200만호 건설과 북방외교 성공 등 업적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6.29선언도 노 대통령의 작품이란 점도 박 전 시장은 강조했다.

그는 "6.29선언을 누가 주도했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1987년도 6월 10일 (노 전 대통령이)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가만히 있으면 12월에 체육관에서 취임하지만 다 내려놓고 다시 민주화를 하자 그렇게 이뤄지게 된 것이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은 권위주의를 청산하려 노력한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도 곁들였다.

그는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일본 경찰들이 에스코트를 했는데 경찰들이 계속 '스미마센 스미마센'하며 시민들에게 길을 비켜 달라며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노 전 대통령이) '저거 봐라. 우리는 그냥 교통 통제를 해 버리는데 일본은 저렇다. 지도자는 국민을 섬겨야 된다'고 했었다"고 기억했다.

몇 달 전 뵌 게 마지막이 됐다는 박 전 시장은 이날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가기 위해 포항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