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 밤 되면 '암흑천지'…"산책하기 무서워"

입력 2021-10-25 16:45:30 수정 2021-10-25 22:08:19

경주시와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시설 교체 등 개선 책임 서로 미뤄

경주보문관광단지의 산책로 주변 가로등이 부실 관리되면서
경주보문관광단지의 산책로 주변 가로등이 부실 관리되면서 "너무 어둡다"는 관광객들의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박진홍기자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일부 구간 가로등이 어두워 야간 산책 등에 불편을 겪는다는 관광객들의 불평과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보문단지 관리 주체인 경북문화관광공사와 지역내 관광지에 대한 전반적 관리 책임이 있는 경주시는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에 대한 이미지도 컴컴해지고 있다.

보문단지 소노벨콘도(옛 대명콘도)에서 경주월드까지 2km 구간 왕복 4차선 양옆 인도에는 설치된 지 30년이 넘은 주황색 나트륨 가로등 60여 개가 수십m 간격으로 세워져 있다.

밤이 되면 불이 켜지지만 가로등 불빛이 가로수 가지 등에 가려 가로등 바로 주변만 밝혀 제기능을 하고 못하고 있다. 특히 휴업 중인 도쿄호텔은 모든 전등을 꺼버려 주변이 그야말로 '암흑천지' 같다.

조선호텔에서 경주월드 사이 1.5km 도로 양옆의 가로등은 80% 이상이 고장으로 꺼져 있어 5m 앞에 있는 사람을 알아 볼 수 없는 곳도 많다.

반면 차량 주행 전용도로인 천군동~라한호텔(옛 현대호텔) 구간과 힐튼호텔의 보문호 건너편 순환도로 주변은 수년 전 LED 가로등으로 모두 교체해 밝기가 비교된다.

주변 상인과 시민들, 관광객들은 산책로는 어둡고, 도로는 밝아 "주객이 바뀐 것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보문단지 상인 이모(45) 씨는 "5년 전부터 민원을 계속 제기하고 있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황리단길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보문단지의 관광객이 빠지고 있는데도 관계기관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경북관광공사와 경주시는 이런 상황에 '책임 미루기 공방'만 벌이고 있다.

경북관광공사 측은 "보문단지의 모든 도로가 시에 기부체납 됐다"며 "전기료 납부와 등 교체만 우리 소관이고 가로등 전체 교체는 시의 관할"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주시 관계자는 "보문단지의 이 구간 도로가 시로 이관되지 않았다"며 "이 구간 가로등 관리 등은 경북관광공사 소관"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이와 관련한)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