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의 보물창고… 다양한 색깔로 마니아층 불러들여
구미 금리단길의 동네책방… 대형서점 삼일문고만큼 유명해
수도(修道)에 이력이 난 이들은 대개 유명 명산을 앞세우기 마련이다. 산이 머금은 정기와 품은 기력을 자신이 담아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산에서 수련했음을 구술로 풀어내는 건 지금껏 통용되는 레퍼토리다. 전국구 명산으로는 지리산, 계룡산이 대표적이다.
구미 금오산 북동쪽 자락도 2000년대까지만 해도 신선한 기를 받은 이들이 사주팔자, 궁합이라는 전 인류적 과제를 대신 풀어주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있던 곳이다. 그랬던 이곳이 근래 들어 금오산의 주변 명품 산책길로 거듭나면서 색깔을 바꾸고 있다.
2016년 문을 연 동네책방 '책봄'도 금리단길 채색에 한몫 단단히 한 곳이다. 특히 독립출판물 전문 동네책방으로 구미에서는 대형서점에 비견되는 삼일문고만큼이나 유명하다. 동네책방으로 5년 넘게 살아남았다는 게 그 증거다.
해거름에 찾아간 '책봄'은 노을빛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책으로 채워져 있다. 과연 독립출판물의 천국다웠는데, 이곳 책방지기 최현주 씨는 독립출판물의 그런 자유분방함에 매료돼 점차 독립출판물의 비중을 높이는 중이라고 했다. 책방을 채우고 있는 책은 2천 권 정도. 작가 수로는 600명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5 대 5 비율로 다뤘어요. 동네책방이 아예 없던 때였으니 대형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도 팔았죠."

책방에 들른 손님들은 입장 10분 이내에 "귀엽다"나 "예쁘다", 혹은 "분위기 있다"는 감탄사를 내뱉기 마련이다. 손님들이 한번쯤은 '허걱'할 만큼, 별의 별 책이 다 있다. 포켓형, 편지형, 고서적형까지. 디자인도 판형도, 내용은 말할 것도 없이 자유로운 독립출판물은 작가의 첫 작품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최 씨는 작가가 들였을 애정이 느껴진다고 했다. 책방지기인 자신도 정성을 들인 보물을 전하는 심정으로 출판물을 다룬다고 했다.
각 출판물에 몇 번째 들어온 책이라고 표시해둔 점이 이채로웠다. '돌아오는 새벽은 아무런 답이 아니다'는 구미 출신 진서하 작가의 책은 이미 13차 입고였다. 견본 책에 밑줄을 그어두고 플래그를 붙여둬 손님이 읽으며 책을 판단할 수 있게 해뒀다.
"입고된 책을 돌려 보내지 않고 놔두면 눈 밝은 사람들이 사 가더라고요. 2016년 오픈 때 가져다놓은 게 최근에 팔리기도 했어요. 구매자와 책이 인연의 끈으로 연결된 듯해서 신기해요."

정말이지 난생처음 보는 출판사가 대다수였다. 무엇보다 소재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아이디어 창고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방안존불'(방탄소년단 안 파던 과거의 나 O나 불쌍하다)이라는 책은 BTS 팬들에게는 시집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았고, '작가덕질 아카이빙'이라는 책은 유명작가들을 논문으로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당한 깊이를 가진 '물건'이었다.
이런 책들이 하나하나 모여 독립출판물의 보고 '책봄'이란 이름을 알린 것이었다. 여러 색깔로 어우러진 구미의 동네책방 '책봄'은 매일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