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공원 조형물 '그리팅맨', 작품 선정·계약 방식 '뒷말'

입력 2021-10-07 18:07:25 수정 2021-10-07 20:49:02

주민 의견 수렴하는 과정 없이 선정위 구청안대로 요식 행위
공개 입찰 아닌 수의 계약 통한 미술품 구입으로 ‘공정성 시비’ 우려

지난달 대구 서구 이현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공원에 설치된 공공미술품 그리팅맨
지난달 대구 서구 이현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공원에 설치된 공공미술품 그리팅맨'(Greeting man·인사하는 사람)을 보며 인사하고 있다. 그리팅맨은 15도로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한국식으로 인사하는 남성의 모습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으며, 높이는 7m에 달한다. 서구청 관계자는 "오는 12월 서대구역사에 고속열차(KTX) 정차를 앞두고 방문객들에게 친근감과 친절함, 배려로 맞이하겠다는 의미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서구 이현공원에 설치된 조형물인 '그리팅맨'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서구의 그리팅맨 선정 과정에서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5월 구청이 심의위를 열며 관련분야 조형·미술분야 전문가를 공모했다. 구청에 따르면, 심의 위원을 뽑고자 대학과 기관, 미술관 등에 추천 공문을 보내 심의위원 8명을 선정했고, 참석하지 못한 2명을 제외하고 6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 기관의 추천 공문을 바탕으로 위원을 선정했다는 구청의 주장과 달리, 심의위원 중 한 사람으로 뽑힌 건 지원조차 하지 않은 한 구의원이었다.

해당 구의원은 "지원도 하지 않은 내가 선정된 게 의아했다"며 "또한, 위원회에서 어떤 작품을 선정할지 논의하는 게 아니라 선정된 작품의 설치 장소만 논의하는 건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회의 당시 한 전문가가 기존 안과 다른 색상을 제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구청 원안이 선택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요식 행위에 그친 선정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후 주민 의견 수렴도 없었다.

'작품선정' 과정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구는 그리팅맨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수의계약방식을 택했다. '해당 물품의 생산자와 소지자가 1인뿐인 경우'라는 지방계약법 시행령(25조)에 따른 것이다.

이에 미술행정을 전공한 한 전문가는 "수의계약으로 미술 작품을 구입하게 되면 지자체 연줄을 통해 진행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며 "적어도 운영위원이나 자문위원들이 공모를 통해 진행을 하게 될 경우, 적어도 대외적으로 봤을 때 공정성이란 측면에선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같은 지방계약법의 적용을 받는 다른 지자체 행보와 비교된다. 지난 8월 대구 동구청은 '파군재 진입관문형 조형물'을 설치를 확정했다. 동구는 조형물 선택 과정에서 서구와 달리 조형물 설치 공모를 냈고, 10개 팀이 입찰에 참여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법엔 특정 작품과 수의계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차후 특정 작품을 몰아줬다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통상 지자체에서는 웬만하면 공개입찰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작품은 작가만이 가지는 고유성이 있기 때문에 애초에 입찰할 수가 없다"며 "예술작품 선정마다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갖긴 힘들다. 선정된 의원 역시 관련 전문 기관에 공문을 보내 선정한 시민대표 중 하나다"고 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공공조형물 설치를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작품 설치를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위원회가 필요하다"며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는 구청장의 입김에서 벗어난 위원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18년 달서구 진천동 일대에 설치된 '2만년의 역사가 잠든 곳'이라는 작품은 설치 후 인근 주민들이 '흉물'이란 이유로 구청에 철거를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