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에 가족 숨져, 국민청원 부탁" 방송한 지하철 차장, 업무 배제

입력 2021-10-05 21:58:07

서울교통공사 "심신 안정 위한 조치…징계 목적 아냐"…사적인 내용 방송 제한하는 사규 개정 곰토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과 말다툼을 하던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과 말다툼을 하던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자신이 운행하던 지하철에서 "가족이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했다"고 안내방송을 한 차장을 최근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A 차장은 지난달 4호선 지하철을 운행하던 중 "가족이 얼마 전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했는데 국민청원을 올렸으니 관심 부탁드린다"면서 "이런 방송이 불편하실 줄 알지만 이렇게밖에 알릴 방법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7월 서울 마포구에서 발생한 상해 치사 사건 피해자의 가족으로 알려졌다.

사건 피해자는 지난 7월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다 폭행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뒤 다음달인 8월 17일 숨졌다.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한차례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가 지난 9월15일 상해 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오는 6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면서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A 차장이 지하철 방송을 한 뒤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지하철 방송을 듣고) 슬퍼서 오열할 뻔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관련 국민청원(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은 53만여 명이 동의한 채로 지난 9월 24일 청원 종료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연과는 별개로 업무하면서 (규정상) 그렇게 하면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면서 "감사실이 조사는 하겠지만, 징계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차장의 심신을 안정시키고자 실무와 분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사는 앞으로 안내방송에서 차장 등 직원이 사적인 내용을 다루지 못하도록 하는 사규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차장들 역시 개인적 내용을 방송할 수 있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