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의 음식 이야기] 땅콩이 땅속으로 들어간 까닭은?

입력 2021-10-04 14:00:25

땅콩
땅콩

오곡백과가 풍성한 가을 들녘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롭고 평화롭다. 학창 시절 이맘때가 되면 가을 소풍과 운동회로 한껏 마음이 들떴던 기억이 난다. 소풍과 운동회에 빠질 수 없는 간식은 삶은 밤과 땅콩이었다. 딱딱한 껍질에 싸인 땅콩은 이빨로 한번 살짝 금을 내고 손으로 비틀어 까먹으면 고소한 맛과 재미가 최고였다. 하지만 다양한 먹거리의 등장으로 그 시절 최고의 간식은 점점 우리들 곁에서 멀어져 버렸다. 아련한 추억과 함께 제철을 맞은 간식 땅콩 이야기.

콩류 중에서 꽃이지고 나면 꼬투리가 땅속을 파고 들어가 열매를 맺는 유일한 콩이 땅콩이다. 분류학상 콩류에 속하고 견고한 껍질 속에 열매가 들어있어 호두와 함께 대표적인 견과류이기도 하다. 원산지는 브라질이며 아메리카의 신대륙 발견 이후 전 세계에 전해졌고 우리나라는 조선 정조 임금 때 중국으로부터 전해졌다.

땅콩은 열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콩류 중에서 당질 함량은 낮고 지질과 단백질 함유량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열량만을 따져서 땅콩의 영양성분을 깎아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단백질 중에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lysine)의 함량이 높고 지질 중에는 리놀레산, 아라키돈산 등의 필수 지방산 함량이 매우 높은 우수한 식품이다. 젊음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비타민 E가 풍부해 노화 예방과 피부 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 성분 또한 다량 함유하고 있는데 폴리페놀 성분은 땅콩을 볶아서 활용할 경우 22%가량 더 증가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땅콩에 함유되어있는 필수 지방산의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역할이 있어 현대인들에게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심장병과 동맥경화 예방 및 두뇌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땅콩에 풍부한 니아신(niacin) 성분은 숙취를 방지하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주므로 땅콩은 술안주로 적절한 식품이다.

땅콩
땅콩

땅콩을 술안주로 먹을 경우 마른오징어와의 궁합 또한 훌륭한데 마른오징어에 들어 있는 높은 콜레스테롤을 땅콩의 불포화지방산이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땅콩은 영양적인 면에서 우수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식품일지라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음식을 어떻게 섭취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영양상으로 우수한 땅콩의 칼로리가 문제라면 싹을 틔워 새싹땅콩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섭취 방법이다. 새싹 땅콩은 햇땅콩을 약 6~7일간 발아 시켜 싹을 틔운 것으로 몇 해 전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건강 기능성이 입증되어 웰빙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항암 및 항산화 작용과 노화 억제에 효과적인 라즈베라톨 성분이 땅콩 종자의 약 90배, 적포도주의 약 180배 정도로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니 제철 땅콩에 싹을 틔워 먹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겠다.

좋은 식자재의 영양을 그대로 섭취하기 위해서는 재료의 신선도도 중요한데 신선도는 보관방법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그런 점에서 땅콩도 보관상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성이 많다. 생땅콩의 경우 수분이 많아 장기 보관 시 눅눅해지거나 곰팡이가 생길 확률이 높고 불포화지방산 함유량이 많아 산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신선한 땅콩을 장기 보관하며 섭취할 때는 특히 곰팡이의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 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아플라톡신은 건강에 해로운 발암물질이므로 단단히 밀봉하여 냉장 보관 또는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땅 위에서 만들어진 꼬투리가 땅속으로 파고들어 다른 콩류와 차별화된 성분으로 새롭게 변화되어 탄생한 땅콩~!!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그 가치가 다소 희석되긴 했지만, 그 강인한 생명력과 도전에 의한 새로운 탄생은 현재의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식자재다. 코로나 19로 전혀 예측 못 한 세상 속 시스템에 던져진 우리들도 땅콩의 상황과 같을지 모른다. 화려한 꽃이 지고 햇볕 아래 열매가 맺힐 줄 알았던 꼬투리가 돌연 땅속에 들어간 기분이란 암흑과도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단단한 껍질 속에 영양으로 단단히 무장한 콩으로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사랑받을 만하지 않은가?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