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 연내 처리 무산…與 "개혁과제 좌초" 野 "개악 저지"

입력 2021-09-30 18:02:13 수정 2021-09-30 20:32:17

"언론·야당 협박에 굴복한 것" 민주당 내부서 불만 터져나와
"대선 앞 입법 강행 어려울 듯" 국힘, 사실상 판정승 평가내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언론중재법 관련 원내대표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언론중재법 관련 원내대표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위·조작 보도로 재산상 손해를 입었을 경우 언론사에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뼈대로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연내처리가 무산되자 여야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개혁과제를 좌초시켰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센 반면,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은 원내의석 절대 과반인 여당을 상대로 악법 저지에 성공했다며 자축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성향 유권자를 잡기 위해 여당이 내부반발을 무릅쓴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아울러 대선국면을 뒤흔들고 있는 '대장동 의혹' 파동이 한창인 상황에서 야당과의 전선을 확대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먼저 민주당에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불발로 인한 내부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대권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모양은 12월 말로 처리 시한이 연기된 것이지만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여당이 언론과 야당의 협박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장인 김용민 의원도 SNS에 "이 법의 통과를 기다리고 계셨던 국민과 당원들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그래도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심정으로, 될 때까지 끝까지 가겠다. 검찰개혁도 곧바로 시동을 걸겠다"고 했다.

당원 게시판에는 강성 당원들의 강도 높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기자 출신인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한번 기레기는 영원한 기레기냐", "수박 박병석은 사퇴하고 국민의힘으로 가라" 등 원색적인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번 여야 합의에 의미를 부여하며 진화에 나섰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은) 아직 본회의에 아직 계류 중이고, 언론 미디어 제도 전반에 걸쳐 논의를 할 특위를 만든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며 "문재인 정부 21대 국회의 언론개혁 시즌 1이 드디어 열렸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잔치집 분위기다. 완전한 '입법 폐기'까지는 아니지만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입법을 다시 강행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판정승'을 거둔 것이아니냐는 자체 평가가 나온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밤 SNS를 통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집권세력의 언론개악을 사실상 저지시켰다"며 "자유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를 계속 지켜가겠다"라고 밝혔다.

전주혜 원내대변인 역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위헌적 내용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막고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지켰다"고 논평했다.

특히 당내에선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석 구조에서 사실상 유일한 무기였던 여론전을 통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앞으로 닥칠 원내현안을 풀어나갈 때 모범사례로 참고할 수 있다는 의미부여도 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비교섭 단체들과 공동전선을 펼친 점도 고무적이라는 평가 나온다. 향후 대선국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 지지자들로선 속 시원한 소식이 한 번도 들리지 않았던 국회에서 정말 값진 성과를 낸 사례로 기억할 것"이라며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최고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내 일각에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경계심도 감지된다. 여야가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를 설치해 오는 12월 31일까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만큼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