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합의 또다시 불발…文대통령 교통정리에도 쪼개진 與

입력 2021-09-29 17:33:32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과 회동한 뒤 굳은 표정으로 헤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과 회동한 뒤 굳은 표정으로 헤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9일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최후담판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소집해 법안 강행처리 여부를 논의했지만 최종 결론은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법안 단독 처리에 나설 경우 이에 맞서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필리버스터)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2시부터 2시간 넘게 심도있는 논의를 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개정안 처리 문제를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20명 가까운 의원이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의견은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의견을 낸 친이재명계와 이에 반대하는 친문재인으로 양분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예비후보 캠프 선임대변인인 박성준 의원은 "지금 현재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기관은 두 곳은 바로 검찰과 언론"이라면서 "견제받지 않은 권력이 사용돼선 안 된다는 게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윤건영 의원은 "지지자들이 많이 억울해하지만,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좋겠다"면서 "만약 (언론중재법이) 통과되면 우리와 시민을 못살게 굴던 가해자들이 피해자가 되는 프레임을 바꾸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언론과 보수야당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언론 적폐 청산과 정론직필 언론을 보호하려면 악의적 허위 보도에도 징벌배상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언론중재법 처리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대로 문 대통령은 23일 미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동행한 기자들에게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언론이나 시민단체,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기사열람차단 청구권 등 독소조항 전면 폐지를 요구하며 강행처리 시 필리버스터 등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여당이 끝끝내 단독 처리하려 한다면 언론 자유라는 상식을 지키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강민국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이 지난 한 달간 협의체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단독 처리를 감행한다면 또다시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찬 '입법 폭주 기관차'에 시동을 거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의힘은 이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투쟁을 불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 30분 최고위원회의를 다시 열고 최종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단독처리로 방향을 정한다 해도 박병석 국회의장이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