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계명대학교 사진미디어학과 교수
부침을 거듭하던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지난 2017년 대구문화예술회관으로 이관되었을 당시 국제사진심포지엄 토론자 한 분이 "사망 직전의 대구사진비엔날레!"라고 말했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한때 그만큼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리고 3년여가 흘렀다.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1년 미루어지고, 예술감독이 바뀌는 등 여러 우여곡절 끝에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지난 9월 10일 53일간의 장대한 막을 올렸다.
'누락된 의제-37.5도 아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팬데믹 시대의 소외와 단절을 극복하고, 삶의 긍정성을 찾아가는 주제전시와 다양한 특별전시를 중심으로 수준 높은 작품을 자랑하고 있다. 실내 전시장 이외에도 조선시대 3대 장이었던 서문시장과 팬데믹 위기를 막아냈던 대구동산병원, 대구 근대 역사의 출발점이었던 청라언덕에 초대형 야외 전시인 포토월 프로젝트가 마련돼 대구의 역사와 장소,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비엔날레는 '예술감독과 큐레이터가 동시대 사진예술의 흐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작가나 작품을 선별(내용)해, 어떠한 프레젠테이션(형식)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것에 의해 일반적으로 그 수준이 결정된다.
내용적인 면에서 본다면 이번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시대정신의 반영은 코로나19의 시대 상황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교차시켰다.
사진 매체의 강력한 도구인 리얼리티와 작가 감성을 녹인 사진적 재현은 심상용 예술감독과 정훈 큐레이터가 기획한 주제전인 '누락된 의제-37.5도 아래'를 중심으로 특별전을 포함한 10개의 다양한 전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형식적인 면에서 주제전시의 콘셉트에 의한 프린트 사이즈, 컬러 등을 통한 강약의 조화와 적절한 위치에 설치된 영상 작업, 오픈돼 연결된 1층과 2층 공간의 활용, 가운데 전시 공간의 적절한 레이아웃, 그리고 지루할 틈 없이 유도된 동선과 전시 내용은 편안한 2시간의 감상 시간을 요구한다. 당연히 주어진 공간 조건하에서 최상의 전시 디스플레이로 여겨진다.
놀라운 응집력을 발휘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비엔날레에 손색없는 전시를 보여주고 있다. '괄목상대'(刮目相對)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이기명 큐레이터와 엘리슨 몰리 큐레이터가 공동 큐레이팅한 특별전은 신념이라는 타이틀로 11개국 18명의 작가에 의해 전개된 동시대를 탐구한 다큐멘터리 사진전이다.
이들 다큐멘터리 사진가에 의해 기록된 우리 시대의 탐구는 ▷정치 ▷사회 ▷경제 ▷노동 ▷인간 ▷종교 ▷기후위기 ▷환경파괴 등을 적나라하게 우리 앞에 펼쳐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 사람을 울릴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더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번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를 작품 내용과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해 살펴본 결과, 우리도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전시에도 견줄 만한 수준에 이른 것 같다.
코로나19 시대 상황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교차시킨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주제 선정 및 전시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진행은 아무리 치켜세워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달려가야 할 길이 분명히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또 다른 목표를 '세계 3대 비엔날레'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대구 시민들 모두 괄목상대한 이번 비엔날레를 직접 확인하시기를 강추드린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