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쏟아진 사우나 가보니…'노마스크'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입력 2021-09-27 17:03:50 수정 2021-09-27 21:16:13

‘마스크 착용 의무’인 공간에서 이용자 모두 노마스크
지인끼리 둘러앉아 음식 먹고…탕 안에선 거리두기 없이 대화
찜질방 내 수면실 금지 안 지켜…명부 확인 이외 수칙 이행 소홀
市 “가급적 사우나 자제, 이용시간 줄여달라” 당부

27일 대구시민체육관에 마련된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맞고 있다. 정부는 이날 12~17세 소아청소년, 임신부에 대한 자율접종 및 고령자, 의료진 등에 대해 추가접종을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코로나19 4분기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7일 대구시민체육관에 마련된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맞고 있다. 정부는 이날 12~17세 소아청소년, 임신부에 대한 자율접종 및 고령자, 의료진 등에 대해 추가접종을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코로나19 4분기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지난 26일 오후 4시쯤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한 사우나 입구. 직원들은 체온을 측정하고 출입자 명부를 확인하는 등 방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방역수칙 준수는 입구에서만 이뤄졌다. 시설 안으로 들어서니 코로나19 상황이 무색했다.

탕 안에서 이용자들은 최소 1m 거리두기 간격도 없이 대화를 주고받았다. 또 냉탕에는 학생 4명이 고함을 치며 물장구를 쳤다. 이곳에서 만난 정모(10) 군은 "탕 안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니까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최근 대구시내 사우나 시설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쏟아진 가운데 현장에서는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서구 내당동 소재 한 사우나에서 지난 21일 최초 확진자가 나온 후 엿새 만에 누적 확진자가 50명(사우나 44명, n차 6명)으로 늘었다. 서구 비산동의 한 사우나에서도 지난 13일 확진자가 발생한 뒤 2주간 누적 확진자가 104명(사우나 68명, n차 36명)으로 늘었다.

사우나 시설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방역에 경각심을 가질 법하지만, 현장에서는 방역을 완화하는 모습이었다. 탈의실에서는 이용자 20여 명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시설을 활보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지침상 사우나의 경우 탕과 습식 사우나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는데, 이 같은 방역수칙이 무색해진 것이다. 취식 행위도 금지되지만, 이용자 일부는 지인들끼리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탕 내에서 이용자들은 습식 사우나를 수시로 오갔다. 특히 습식 사우나는 밀집·밀접·밀폐 공간인 데다 환기도 어려워 감염 취약시설로 꼽힌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65) 씨는 "여기서 사람들이 땀을 뺀다는 이유로 간단한 운동을 하는데, 호흡이 가쁜 탓에 다른 공간보다 비말 감염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밖에 있는 마스크를 다시 가져오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고 말했다.

아래층에 위치한 찜질방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찜질방 내 수면실은 이용금지였지만, 이곳에서 수면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한국목욕업협회에서 자율적 방역수칙 준수를 홍보하는 모습.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 한국목욕업협회 대구광역시지회 제공
한국목욕업협회에서 자율적 방역수칙 준수를 홍보하는 모습.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 한국목욕업협회 대구광역시지회 제공

시설 측도 방역수칙에 소홀했다. 노마스크 손님들을 제재하기는커녕 관리인들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 관리인은 "마스크 착용을 손님들에게 권했다가 '네가 뭔데'라는 말을 들으며 실랑이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시설 관리인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권한도 없는 것 같아서 제재하고 있지 않다. 손님들이 스스로 협조를 해주길 바랄 뿐이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사우나 내부에서 장시간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설 대부분 공간이 공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용 시간이 많을수록 감염원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우나는 타 시설보다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사우나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상황에선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방문할 경우 탕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래 머물지 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