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위의 대구 편입, 정치권 힘 모으자

입력 2021-09-26 16:42:51 수정 2021-09-26 18:11:03

이재길 전 계명대 교수(사진가)

이재길 전 계명대 교수(사진가)
이재길 전 계명대 교수(사진가)

경상북도가 23일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과 관련한 '경상북도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이로써 경북도의회의 불분명한 입장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지난해 군위군이 통합신공항 부지 선정과 관련해 단독후보지를 고수하고 있을 때 경북의 모든 기관단체가 군위군에 상주하며 군위군이 공동후보지를 받아들이도록 설득에 나섰다. 결국, 대구시와 경북도는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이 포함된 공동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

그러나 군위 군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은 시도의회 청취 과정에서 양측 입장은 대조를 이뤘다. 대구시의회가 만장일치로 환영하는 반면, 경북도의회는 애매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다행한 것은 도의회가 의견 제시 과정에서 분명하게 대구 편입을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내용상으로는 찬성 쪽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의회의 입장은 군위군이 대구 편입이 되어도 특별히 반대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선택에는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포함한 공동합의문이 있었음이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다시 한번 알려졌다. 더구나 이 합의문에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대구경북 정치권이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구 편입이 연말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공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군위군의 입장은 충분히 명분이 있다는 것이 세평이다. 이것은 약속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신공항은 다시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대구 편입 여부에 따라 통합신공항의 존폐가 달린 것이다. 대구경북의 지자체들은 통합신공항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고,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망과 철도망이 준비되고 있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임진왜란 시 풍전등화의 조선을 구한 이순신 장군은 필사즉생(必死則生)의 마음으로 전투에 임했다.

지난해 우리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절박함을 보았다. 공항 유치에 실패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던 이 도지사의 절박함은 아직도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경북도가 행안부에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경북도의 책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행안부를 설득하고 입법까지 완료해야 비로소 끝나는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도의회의 시간은 지나갔다.

이제는 중앙정부와 국회의 시간인 것이다. 지나간 일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은 괜찮으나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략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지난해 통합신공항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을 때 대구경북 정치권은 시·도 경계를 넘어 하나로 뭉쳤다. 그 결과물인 통합신공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 못 나아가느냐는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에 달린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필자가 좋아하는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쇼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을 남겼다. 우왕좌왕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광역자치단체 관할구역 변경의 문제는 당사자인 시·도지사가 풀어야 한다. 시·도지사는 정부를 설득해 빠른 시간 내에 관할구역변경 건의서를 승인받고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동료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연내에 대구 편입 문제를 완료해야 한다.

군위 군민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정치인들은 다시 한번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마무리짓고 통합신공항이 순항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