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재현될라…'10월 총파업'에 떨고있는 유통업계

입력 2021-09-23 10:16:56 수정 2021-09-23 15:34:45

파리바게뜨, 빵·재료 전달할 기사들 파업에 몸살
홈플러스 노조도 추석 기간 파업
민주노총 '10월 총파업'에...유통업계 '긴장

16일 오전 민주노총 화물연대 대구지부 노조원들이 SPC대구공장 앞에서 출입을 가로막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16일 오전 민주노총 화물연대 대구지부 노조원들이 SPC대구공장 앞에서 출입을 가로막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 잇단 파업으로 유통업계에서 긴장감이 나돌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을 앞두고 파리바게뜨 매장에 빵·재료를 전달해야 할 배송기사들이 파업을 하면서 아침 일찍 받아야 할 물품이 오후가 돼서야 받기도 했다. 가맹점주들은 "추석 연휴 기간엔 아침 일찍 빵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아침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배송기사들의 파업은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배송기사들은 파리바게뜨가 속해 있는 SPC그룹을 두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라'며 파업을 못 박았고, SPC그룹 측은 이번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미스매치'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또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직원과 로레알·샤넬 등 백화점의 명품 화장품 매장 직원들이 추석을 앞두고 출근하지 않는 파업을 강행했다. 다만 대형마트·백화점의 경우 파업 참여율이 저조한 탓에 업무에 큰 지장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의 '110만 조합원, 10월 총파업'이 예고됨에 따라 유통업계는 한차례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양심과 희망을 가둔 자본과 정권은 10월 20일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 대오를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이미 경고한 상태다. 유통업계는 조합원 비중이 10% 내외인 점에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제2의 파리바게뜨 대란'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파리바게뜨, 빵·재료 전달할 기사들 파업에 몸살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지난 15일부터 파리바게뜨 매장으로 가야 할 빵·재료를 운송을 거부하면서 파업이 시작됐다. 지난 2일 SPC그룹 호남샤니 광주공장에서 비롯된 운송 거부 파업이 대구·원주·남양주 등 전국 10개 파리바게뜨 관련 물류센터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다. 조합원들은 다른 배송 기사들까지 물류 배송을 할 수 없게 물류센터 출입구를 막아서며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오전 7시까지는 받아야 할 빵·재료가 오후 늦게서야 오는 등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평소대로라면 오전 0시까지 물류센터에 도착한 배송기사들이 파리바게뜨 매장으로 전달하지만, 조합원 농성으로 출입구가 막힌 탓에 계속 지연된 것이다.

특히 국민지원금이 풀린 추석 대목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대구 달서구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23일 "민주노총 배송기사들의 파업 이후 적어도 오전 7시까지는 들어와야 할 빵과 재료가 오후 1시에 들어오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오전에는 제대로 된 장사를 할 수가 없다. 또 추석 연휴 기간엔 아침에 빵을 사러 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배송 지연'으로 빵을 팔 수 없게 됐을 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근로자인 가맹점주들에게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이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속히 해결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이번 전국 파업은 광주 지역 노조원 배송기사들의 파업으로 확산됐지만, 각 지역마다 처우 문제를 파업 명분으로 내걸으면서다. 예로, 대구 지역 노조원 배송기사들이 요구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양대 노조 간 휴무시 대체인원 분배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대구지역본부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물품을 전달해야 하는 SPC대구공장에서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2개 노조원 배송기사들의 휴무시 대체인원은 모두 7명이다. 화물연대 대구지역본부 측은 "휴무 대체인원이 오랜기간 한국노총 배송기사들에게 더 많이 치우쳐져 문제제기 결과, 지난해 7월 민주노총이 3명, 한국노총이 4명으로 대체인원을 정하도록 합의했지만, 현재 민주노총은 2명, 한국노총은 5명으로 그쳤다. SPC가 중재를 해 휴무 대체인원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달 SPC대구공장과 계약한 운수사가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 측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대구지역본부 측은 "이번에 바뀐 대표운수사는 화물차량 위주가 아니라 용차 위주"라며 "이쪽 운수사는 노조의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SPC와 가맹점주 협의회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대강' 구도로 치달으면서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노조도 추석 기간 파업

홈플러스 노조도 추석 연휴기간이었던 18~20일 사흘간 집단 파업을 했다. 홈플러스가 재무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점포 폐점·매각을 해오는 것에 대한 반발하는 차원에서다. 홈플러스는 매 명절을 앞두고 노조원들이 홈플러스의 자산 유동화 방침에 따라 고용 불안감이 심화된다며 파업하는 등 갈등을 겪어오고 있는 중이다. 대구 지역에선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이 지난 7월 폐업했고, '1호점'인 대구점도 올 연말까지만 영업을 한다. 다만 홈플러스는 "자산유동화가 확정된 점포에 근무 중인 모든 직원은 100% 고용보장이 된다"며 "이미 올해 폐점된 대구스타디움점 등 점포 직원은 전환배치가 완료돼 인근 점포에서 근무 중"이라고 했다. 홈플러스는 "앞으로도 자산유동화 등을 통해 폐점되는 점포 직원들이 각각 희망하는 3지망 내의 점포 중 한 곳으로 전환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 제공

이번 파업이 홈플러스 영업에 큰 차질을 빚은 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 비중이 홈플러스 직원의 10%대인 데다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모든 노조원이 파업에 동참하지는 않아서다. 홈플러스는 이번 추석도 본사 인력이 지원나가는 영향 등으로 파업으로 인한 지점 운영에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봤다. 이외에도 백화점 로레알·샤넬 등 명품 화장품 매장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직원들이 추석 연휴 기간인 18~19일 이틀간 출근하지 않는 방식으로 파업을 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10월 총파업'에...유통업계 '긴장'

지난해 열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의 총파업 총력 결의대회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해 열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의 총파업 총력 결의대회 모습. 매일신문 DB

오는 10월 20일에는 민주노총의 대규모 총파업이 예고되면서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시나리오는 전국에 퍼져있는 110만 조합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한날한시에 일을 중단하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사태처럼 또 다른 물류 대란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유통업계가 노조원의 비중이 낮아 업무가 당장에 마비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파리바게뜨처럼 선례가 있기 때문에 물류체계에 악영향을 끼치면 끼쳤지 좋을 건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