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집콕 모임 증가 추세에 맛집 완제품과 반찬, 밀키트 우선 진열
스토리텔링·체험형 변신, 매장 방문 유도…배송용 물류도 3배가량 늘려
본격적인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유통 업계의 온라인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대명사였던 대형마트의 존재 가치가 소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쿠팡 로켓프레시와 마켓컬리의 성공이 이런 관측에 불을 댕긴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는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욱 과감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럴 때일 수록 손님이 방문해 직접 보고 체험한 뒤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대구 최초로 이마트 만촌점의 식품 코너 배치를 대폭 갈아엎었다. 또 백화점에 필적할 가전·주류·공구·패션 전문관을 도입해 '오감만족' 대형마트로 거듭났다.
◆1인가구·맞벌이 고려, 완제품 음식 전면배치
개점 20년을 맞은 대구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은 지난달 27일 건물 내 모든 공간의 새단장을 마치고 성업 중이다. 지역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것은 물론,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를 적절히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6월 단골 고객 500여 명을 설문조사해 ▷신선식품 ▷패션용품 ▷주방용품 ▷가공식품 등 순으로 개선과 상품종류 확대를 우선 적용했다. 나아가 비대면 시대에 알맞은 '정보제공형, 체험형' 매장으로 변신했다.
대형마트의 간판은 뭐니뭐니해도 식재료나 후식용 신선식품이었다. 여전히 많은 대형마트가 식품관 초입에 청과, 채소류를 배치한다. 그러나 이마트 만촌점 지하 1층의 식품관에 들어서면 기존 이곳에 늘어서 있던 청과, 채소류가 곧바로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유명 맛집의 먹거리 완제품 팩, 음식점에서나 먹던 메뉴를 레시피만 따라 조리하면 되도록 신선한 재료를 손질해 둔 밀키트류, 반찬 전문 매장인 오색밥상, 베이커리 코너 등을 델리 매장 선두에 세워 먹거리 스트리트를 조성했다.
이마트의 이런 시도는 서울의 월계점을 필두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선 처음이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집에서 밥을 해먹는 빈도가 줄었다 보니 채소 등 식재료를 오래 보관하기 힘들어 졌고, 이에 필요할 때마다 즉시 소량씩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간편식품 인기가 높아진 점을 고려했다.
이런 시도는 주효하게 먹혀들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리뉴얼 오픈한 뒤 이달 3일 만촌점 델리매장의 매출이 전국 점포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기존의 왕좌를 차지하던 신선식품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식재료에 익숙지 않거나 색다른 요리를 시도하려는 이들을 위해 상품 주변에 해당 식재료를 활용하는 음식 조리법을 안내한다. '정보제공형' 매장으로 변신해 고객과 소통하려는 시도다.
조리법은 온라인에서 홈페이지나 블로그, 유튜브에서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정보다. 그러나 막상 장을 보러 간 손님은 일일이 온라인 검색을 하기도 전에 눈앞의 식재료를 맞닥뜨린다. 이때 관련 조리법을 보면 그날의 메뉴를 정하고 식재료까지 구매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체험 코너 강화, 브랜드 모아 보여주기도
비식품 코너들 경우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는 제품 체험, 같은 브랜드 상품 모아 보여주기에도 특히 공들였다. 대표적인 코너가 남성들의 놀이터로 꼽히는 일렉트로마트다.
이마트는 만촌점 2층에 1천388㎡(420평) 규모 일렉트로마트를 들였다. 일렉트로마트는 이마트 가전 전문점으로 20, 30대 MZ세대 이용객에게 특히 인기를 끄는 코너다. 휴대전화, 태블릿PC, 노트북, 게이밍 키보드·마우스 등 IT 기기와 냉장고, 세탁기, TV 등 다양한 생활 가전을 판매한다.
IT 기기 신제품이나 키보드, 미러리스 카메라 등의 크기와 무게, 조작감을 직접 체험해 보려는 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매장 곳곳에 다양한 상품의 시제품을 배치해 뒀다 보니 계획한 구매를 하려는 고객 뿐만 아니라 구매 의향이 없던 이들까지 지갑을 열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만촌점 일렉트로마트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오픈한 전국 일렉트로마트 12개점 가운데 오픈 당일 매출로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앞서 만촌점에 없던 점포가 신규 입점한 효과에다, 체험형 매장에 대한 잠재 수요가 맞물려 매출이 크게 난 것으로 이마트 측은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생활용품 특화매장인 at HOME(앳홈)에는 이마트가 만촌점에 전국 최초로 설치한 조명·공구·차량용품 전문 매장 'The Tools'(더툴스)가 문을 열었다. 인테리어와 DIY, 셀프 차량관리 분야에서 좀더 전문가로 거듭나고자 하는 소비자를 위해 전문가용 편집샵을 꾸몄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를 확립한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 제품을 손쉽게 골라 담을 수 있게끔 진열대 한 곳에 한 브랜드씩 모아둔 것이 특징이다. 기존 대형마트는 여러 브랜드의 망치끼리, 전동드릴끼리 모아 뒀다 보니 다양한 품목을 사려면 동선이 길어 불편이 컸다.
패션 매장은 기존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해 패션 스트리트를 조성하는 등 마치 백화점 의류 매장을 둘러보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오지아, 슈마커(신발 편집샵) 등 고객 수요가 많은 인기 브랜드를 여럿 입점했다.
이 밖에 어린이가 있는 가정을 겨냥해 토이킹덤을 설치하고, 내부에 키즈 게임존을 구성해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들 편의를 높였다. 수년 새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난 만큼 반려동물 용품 코너 몰리스 또한 넓은 면적으로 배치했다.

◆비대면 시대에도 '보고 사는 쇼핑 가치 커질 것'
만촌점은 점포에 방문한 고객들 경험을 다채롭게 만드는 데서 나아가, 점포(건물) 그 자체로 '온·오프라인 거점' 역할을 좀더 확대하는 게 목표다.
이마트는 고객이 SSG닷컴에서 주문한 제품을 당일 배송하는 '쓱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퇴근길에 주문해도 (저녁식사 전에) 당일 도착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미 쿠팡 로켓프레시, 마켓컬리 등 상당수 온라인 업체들이 신속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 직접 보유했거나 위탁한 국내 거점 저온 물류창고에서 소비자 주문이 잦은 품목을 보관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다만, 물류창고가 없거나 해당 창고에서 먼 지역은 신속배송을 받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대도시를 제외한 상당수 시·군·구나 도서·산간지역에선 아직 해당 서비스가 도입되지 않았다.
이마트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등 여타 대형마트는 점포 건물 자체가 물류창고 역할을 한다. 점포 내에 이른바 'PP(Picking&Packing) 센터'라는 이름의 온라인 주문 처리공간을 운영하고, 온라인으로 여러 품목을 주문받으면 전문 직원이 질 좋은 제품을 골라 PP센터에 옮긴 뒤 전용 배송 차량을 통해 배달하는 형태다.
이마트는 이번 만촌점 리뉴얼 때 PP센터 규모를 기존 165㎡(50평)에서 1천273㎡(385평)으로 7.7배 키웠다. 기존 하루 800건 정도였던 쓱배송 건수를 리뉴얼 이후 하루 2천200건으로 2.75배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이마트는 보고 있다.
이마트는 이곳에 자사 핵심경쟁력과 유통 노하우를 집약해 기존 영남권 대표 대형마트 점포로서의 위상을 더욱 키우려는 목적이다.
이마트가 대구에서 벌인 이번 실험이 소비자 만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통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대폭 옮겨간다면 이 같은 시도조차 물거품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비대면 시대라 하더라도 '보고 사는' 쇼핑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김효진 이마트 만촌점 점장은 "이번에 리뉴얼한 만촌점은 지역 특색에 맞춘 매장 설계, 온라인과 차별화한 오프라인 매장 특유의 '오감 자극' 강점을 극대화했다"면서 "디스플레이 속에서 스크롤만 내려서는 충족할 수 없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더 자주, 오래 머물고 싶은 매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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