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영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백신은 코로나와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최종병기로 생각됐다. 영국의 보건장관조차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을 정도로 백신에 대한 기대는 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백신은 '게임 체인저'가 되지 못했다. 기대보다 낮은 접종률과 변이바이러스 출현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오히려 델타변이가 '게임 체인저'가 되고 말았다. '게임 체인저'는 판도를 뒤집어 놓을 만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나 사건등을가리키는 용어다. 이기던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가 역전 끝내기 안타를 맞은 느낌이다.
코로나는 델타변이에 힘입어 그 기세가 꺾일줄 모르고 있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 '위드 코로나'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위드'는 '함께'라는 뜻으로 이는 지금까지 추구해오던 '코로나 제로'의 전략에서 '코로나 공존'의 전략으로 보건정책이 전환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감염병 발생의 위험을 안고 함께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순환기 내과의 심혈관 질환은 동맥경화에 의해 발생한다.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범은 우리가 흔히 성인병이라 부르는 고협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다. 이 질병들은 완치가 되지 않는 만성질환으로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만일 제대로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심근경색증과 같은 무서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위험인자를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수십년동안 복용하던 약을 지겹다며 임의로 중단하거나 이제 그만 먹으면 안 되냐고 문의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그만큼 어떤 질환의 위험인자와 함께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과연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살 준비가 되어있는 걸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위드 코로나에 찬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위드 코로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우리는 확진자 발생시 동선을 추적하고,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고, 밀접접촉자는 격리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런 방식을 통해 백신이 없던 시기 코로나의 확산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위드 코로나는 기존의 확진자 수 체크 위주가 아니라 코로나19에걸렸을 때 위중증 정도나 치명률을 중심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역체계를 의미한다. 즉, 단순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방역정책을 대폭 완화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만일, 코로나19의 위중증 정도나 치명률이 우리사회가 감당해 낼 수 없는 수준으로증가한다면 위드 코로나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 전략이 성공해 단계적으로 기존의 방역체계를 완화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지금 높아진 백신 접종률과 사회적 통제에 대한 피로감의 균형을 찾기 위해 위드 코로나의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충분한 공론의 장을 거치지 않고 여론조사에 의해 인기투표처럼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우리 사회의코로나19 위중증 정도나 치명률이 통제 가능한 수준인지 면밀히 검토해 위드 코로나로의전환을 결정해야 한다.
시간여행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이다. 지금 이순간,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미래로 가서 코로나가 어떻게 되었는지, 여전히 코로나와 함께 살고 있는지, 위드 코로나라는 인류의 전략적 실험은 성공 거뒀는지 알아보고 싶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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