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홍준표, 보수 텃밭 TK서 '정면 충돌'… 'TK목장'의 선택은?

입력 2021-09-11 14:50:15 수정 2021-09-11 16:51:59

'격세지감' 洪, 지지율 치솟자 텃밭 TK 세몰이
"공세 올라탄 野 주자들 기차다" 반격 나선 尹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윤석열·홍준표(대구 수성구을) 후보가 '보수 텃밭' 대구경북(TK)의 주말을 무대로 정면 충돌했다.

1990년 이른바 '3당 합당'으로 현재 국민의힘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이 출범한 이후 이들 정당의 굳건한 텃밭 노릇을 해온 TK는 보수정당사(史)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TK를 찾은 보수정당 1·2위 대선주자의 행보,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TK 시도민의 눈빛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10일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10일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유 찾은 洪 "내가 되긴 될 모양"

전국 순회 일정의 마지막으로 TK를 찾은 홍준표 후보는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로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실제 홍 후보는 무소속 시절이던 지난 5월 국민의힘 대구시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다 거부당해 수성구 자신의 사무실에 기자들을 불러야 했다. 또 출마선언을 한 뒤에도 지지율이 오르기 전까지는 TK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캠프 관계자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싶은 생각만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는 홍 후보가 찾은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서문시장에 구름 인파가 운집했고, 포항 죽도시장 등 이후 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스로 '키워준 고향'이라는 TK를 찾아온 홍 후보는 높아진 지지율을 실감한 듯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했다. 대구 일정 중 윤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시민이 "사퇴하라"고 고함을 지르자 "저런 사람들이 나타나는 걸 보니 내가 되긴 될 모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1일 경복 포항 죽도시장에서 열린 상인간담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1일 경복 포항 죽도시장에서 열린 상인간담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굳건한 1위였던 윤석열 후보가 각종 실언과 의혹으로 흔들리면서 홍 후보의 지지율이 치솟고,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말까지 유행하자 TK 정치권의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졌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추석 전 골든 크로스'를 자신했던 홍 후보는 TK 일정을 소화하며 경쟁자 윤 후보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날선 공세를 이어갔다. 10일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윤 후보를 겨냥해 "(의혹을) 정치공작으로 몰고 가는 것이 어처구니없다. 진실을 이야기했으면 당이 물려들어가지 않고 끝날 일을 진실 공방으로 가니 일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11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후보 개인 문제에 당이 말려들어선 안된다. 후보자 개인이야 훌쩍 떠나면 그만이지만 당은 중차대한 대선을 치뤄야 한다"고 윤 후보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이 자꾸 변명하고 회피하는 바람에 일이 커지고, 당도 말려들고 있다. 정치공작은 거짓을 두고 하는 것이 공작이고, 팩트가 있다면 경위가 어찌됐건 간에 공작이 아니라 범죄"라고 맹공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일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일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尹 "의혹 올라탄 野 주자들 기가 차"

고발 사주 의혹으로 홍 후보를 비롯한 야권 후보들의 집중 공세를 받고 있는 윤 후보도 지지 않고 반격에 나섰다.

윤 후보는 1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무리 경선으로 경쟁한다고 해도, 어떻게 저쪽(여당)에서 총을 한 방 날리니까 바로 올라타서 그렇게 (공격)하느냐. 그렇게 해서 정권교체 하겠나"라고 야권 대선주자들을 정조준했다.

그는 "정치나 수사를 해본 분들이 딱 이 사건을 보면 어떻게 흘러갈 지 감도 올 것이고, 어느정도 진행돼서 사안이 드러났을 때는 그럴 수 있다고 치는데 주장이 나오자 마자 벌떼처럼 올라타는 게 기가 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실직고 하고 사퇴하라, 사과하라는 얘기까지 하더라. 그렇게 해서 정권교체를 하겠느냐. 정권교체를 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계속 야당의 기득권 정치인으로 남아 누리겠다는 거냐"고 맹비난했다.

특히 지난 10일 홍 후보가 "윤 후보는 권력욕이 강해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도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선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의 발언에 관해선 답도 안 하고, 논평도 안 했다. 그 정도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비꼬았다. 홍 후보를 검찰총장 시절 갈등을 빚었던 추 전 장관에 빗댄 맥락이다.

의혹 자체에 대해서는 "두고 보면 알 것"이라며 수비에 집중했다.

언론에 공개된 고발장 내용에 관해서는 "4월 3일에 자료를 넘겨줬다고 가정하면, 며칠 뒤 고발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선거일(4월 15일) 이전에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느냐"며 "4월 3일 이후에 벌어진 일들도 여기에 다 들어가있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만들어놨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목조목 문제가 들어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고발을 사주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는 프레임 아니냐. 그러나 작년 1월이면 대검이나 중앙지검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조국 사태와 울산 사건으로 보복 인사를 받아 다 나가있던 상황"이라며 "고발을 한다고 해서 수사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하라 그래도 안 한다"고 항변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지지자로부터 꽃을 받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지지자로부터 꽃을 받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박지원 국정원장이 이번 사건의 제보자 조성은 씨를 만났다는 보도와 관련해 국정원을 겨냥한 '선거 개입 의혹'도 거듭 제기했다.

윤 후보는 "국정원장이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어제 보도를 보니 호텔 38층 전망 좋은 고급 한정식집에서 어떤 사람이랑 밥을 먹고 또 수시로 본다더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한다는 것인가. 한번 쭉 지켜보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혹을 처음 보도한 매체를 '메이저' 언론사가 아니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데 대해선 "오해가 있었다면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는 "인터넷 매체를 운영하거나 근무하시는 분들이 분노하거나 상처받았다고 한다면 물론 제 뜻이 잘못 전달된 것이긴 하지만, 얘기한 사람은 저기 때문에 깊이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