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MZ'에 치인 X세대

입력 2021-09-09 17:34:13 수정 2021-09-10 06:22:39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2030을 겨냥한 맞춤형 공약으로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30 세대들 사이에서는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2030을 겨냥한 맞춤형 공약으로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30 세대들 사이에서는 '무야홍(무조건 야권 대선후보는 홍준표)'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최근 슬로건으로 사용하는 '무야홍' 포스터.
박상전 경제부 차장
박상전 경제부 차장

최근 'MZ세대'가 주목된다. 막강한 소비력을 중심으로 현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적으로도 중요성을 인정받아, 위정자라면 이들을 포섭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급속히 따라잡고 역전(일부 여론조사 결과)까지 이뤄낸 홍준표 전 대표의 저력도 MZ세대에서 기인한다.

MZ세대는 사회 근간을 바꾸기도 한다. 이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뉴미디어인 유튜브는 공중파와 케이블을 밀어내고 새로운 여론 형성 매체로 부상했다. 최대 학습 도구를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바꾸고 주입식 교육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전환시킨 것도 이들이다.

지구촌에서 경제적으로는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가 분석한 결과 이들 세대는 지난해 기준 소비자의 40%를 차지했다. 금액으로 치면 1천430억 달러(한화 약 165조5천250억 원)에 이른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X세대'는 전체적으로 정확한 특징을 묘사하기 어려운 모호한 세대라고 묘사돼 있다.

특징 없이 모호한 X세대가 디지털로 무장하고 자기 주장이 확실한 MZ세대에게 밀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왕성한 소비력과 사회 주도 성향을 갖고 있는 MZ세대에게 모든 사회 주체가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X세대에 대한 푸대접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차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X세대는 약 600만 명으로 국내 인구 중 12.4%를 차지하는 거대 인구 집단이다.

이들은 1998년 IMF라는 전대미문의 충격과 2003년 카드 대란으로 인한 신용 버블의 충격을 경험했다. 1차 베이비붐 세대와는 달리 가정에서 남편도 역할을 해야 하는 남녀평등 시대의 중심에 놓여 있기도 하다. 아파트가 재산목록 1호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언제 하우스푸어로 전락할지 모른다.

가장 큰 고민은 은퇴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10년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노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경제적 고통 속에 여생을 보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인내하며 사회 변화에 수긍해야 한다. X세대인 필자도 오전 조직 개편을 단행한 회사가 진행하는 후속 회의에 참가했다. 소속한 조직이 대대적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머리에 확 들어오는 미래상은 정확지가 않다. 불안하고 초조하지만 그래도 변화 속도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 계획한 은퇴 그림에 조금이라도 도달할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마우로 F. 기옌 교수는 저서 '2030 축의 전환: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2020)에서 세계의 부와 힘의 중심은 향후 10년 내에 ▷대서양에서 아시아 아프리카로 ▷밀레니얼 세대에서 실버 세대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0대 이상이 세계 자산의 최소한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80% 이상을 가졌다. 10년 내에 60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기업가나 정치인은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지금은 MZ세대에 치이고 있는 X세대지만 '버티고 버텨' 10년 후를 기대해 봄 직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