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폐기물 소각시설 뒷거래?…수억원 발전기금 각서 파문

입력 2021-09-10 17:19:20 수정 2021-09-10 20:26:11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설치사업 관련…주민들 "우호적 여론 만들기 시도"
작성자 "사업 막으려한 것…오해"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입지로 알려진 영천시 고경면 청정2리 국립영천호국원 인근 부지. 강선일기자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입지로 알려진 영천시 고경면 청정2리 국립영천호국원 인근 부지. 강선일기자

경북 영천시 고경면 일대에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설치사업과 연관된 수 억원대 마을발전기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각서(공증)' 초안이 나돌아 파문이 커지고 있다.

10일 고경면 주민 등에 따르면 각서에는 주민을 '갑', 사업자를 '을'로 하고 ▷을은 사업 시작전에 마을발전기금으로 주변 마을별 5천만원에서 1억원 지급 및 다음해부터 1년마다 1천만원에서 2천만원 지급 ▷소각시설 배출허용기준 위반시 무조건 가동 중단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달 중순 쯤 사업자 측과 알고 지내는 주민 A씨가 직접 작성해 고경면 이장협의회장을 거쳐 해당 마을 이장과 면사무소에 전달됐다고 한다. 소각시설 입지는 고경면 청정2리 국립영천호국원 인근 부지로 알려졌다.

문제는 각서 작성자 A씨가 수 년전부터 고경면 등 지역 곳곳에서 불거진 환경문제 관련 시민운동가로 활동해왔고 이번 사업자 측의 파트너사로 알려진 컨설팅업체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이번 각서가 우호적 주민여론 조성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고경면 14개 마을이장 등은 지난달 24일 긴급회의를 갖고 '설치 반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주민 B씨는 "사실 여부를 떠나 개인의 이권 개입이란 오해의 소지를 사기에 충분하다"며 "주민 공론화도 안된 기피시설 설치 문제에 뒷거래가 있어선 절대 안된다"고 했다.

각서 작성자인 A씨는 "원래 취지는 사업자가 각서 내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소각시설 설치사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사전에 이런 뜻을 이장협의회장 등에게 충분히 설명했는데 오해가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