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뒷배' 다카이치 사나에 日총리 출마선언 "고노 다로 대항마?"

입력 2021-09-08 19:36:03 수정 2021-09-08 20:36:24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다카이치 사나에 공식 홈페이지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다카이치 사나에 공식 홈페이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지원을 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선언을 했다고 8일 NHK가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후임이 되는 자민당 총재를 뽑는 선거는 이달 17일 고시, 29일에 투표 및 개표가 이뤄진다. 일본 내각제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의 출마선언을 두고는 앞서 유력 후보로 꼽힌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 회장과의 3파전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존재감이 눈길을 끄는 모습이다. 언론의 수식 자체가 '아베파' 대 '반아베파'로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아베파' 다카이치 전 총무상의 출마 소식에 '반 아베파'의 대표격이며 아직 출마 관련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고노 행정개혁상의 입지가 압박을 받게 됐다는 해석이다.

특히 또 다른 경쟁자인 기시다 전 정무조사 회장이 아베파에 구애하는 모습도 보이면서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 기시다 전 정무조사 회장은 지난 2일 아베 전 총리가 측근에 국유지를 헐값에 넘겨주는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8일에는 아베 전 총리가 연루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재조사는 필요치 않다는 생각을 밝히며 '태세 전환'을 했다. 이는 자신의 파벌인 기시다파 중의원 53명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1955년 자민당 출범 이후 총재 선거에 출마하는 두 번째 여성 정치인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첫 번째 기록은 2008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 고이케 유리코 현 도쿄도지사가 출마, 당시 3위를 차지한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이번에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당선되면, 역대 첫 여성 일본 총리 기록을 쓴다.

그러나 현재 다카이치 전 총무상의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고노 행정개혁상이 총리 당선 예상 1위를 점하고 있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보수에서도 우익, 그래서 극우라는 평가도 주목된다. 우익층을 고노 행정개혁상으로부터 가져오는 전략이 다카이치 전 총무상의 출마로 실행된다는 관측이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을 주도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 온 일본의 대표적 극우파 여성 정치인이다. 그는 최근 우익 잡지를 통해 "총리가 된 후에도 야스쿠니 신사에 계속 참배할 것"이라며 일본의 침략 전쟁을 가리키는 '대동아전쟁'을 두고도 긍정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일본의 아시아 국가 침략을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2002년 수정을 요구하며 '침략'이라는 문구가 담화에 들어간 것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인 바 있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과거 히틀러와 나치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으로 국제적인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1994년 발간된 '히틀러 선거전략'이라는 책에 나치의 선거 전략을 호평하는 추천사를 썼고, 2011년에는 네오나치 계열인 '국가사회주의 일본노동자당' 대표와 함께 일장기(일본 국기)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게 뒤늦게 논란이 됐다.

이에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다카이치 전 총무상의 나치 관련 언행을 보도했다. 이후 다카이치 전 총무상 측은 책 추천사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아 답변할 수 없다고, 국가사회주의 일본노동자당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을 두고는 해당 단체의 사상이나 신조를 알았다면 대표와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1961년 일본 나라현 태생으로 올해 나이 61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