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미래를 설계해보세요.'…경북 고교의 '찾아가는 진로·비전 디자인 캠프' 현장

입력 2021-09-13 06:30:00

경북도교육청,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가 손잡고 진행
고교생의 자기주도적 진로·진학 설계 역량 강화 과정
경북 20개 고교 참여해 학생 진로 맞춤형 과정 체험

이제 고교생들은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학교와 사회는 그런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물적, 인적 인프라를 지원해줘야 한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의
이제 고교생들은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학교와 사회는 그런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물적, 인적 인프라를 지원해줘야 한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의 '2021 찾아가는 진로·비전 디자인 캠프'에 참여 중인 경주 근화여고 학생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제공

공교육을 두곤 좀처럼 좋은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시대 변화를 발빠르게 따라가지 못한다', '변화를 앞서 이끌지 못한다'는 건 늘 따라붙는 지적이다. 하지만 공교육 현장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느리고 성에 차지 않을 수 있으나 움츠리기만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공교육에 제대로 힘이 붙으려면 홀로 뛰게 내버려둬선 안된다.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물적, 인적 인프라를 지원해줘야 한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는 4~9월 경북도교육청과 함께 경북 고교들을 대상으로 '2021 찾아가는 진로·비전 디자인 캠프'를 진행했다. 학교를 도와 학생 맞춤형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에도 어울리는 시도다. 이 캠프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소개하고, 참여 학교와 학생들의 반응도 살펴봤다.

◆고교생의 진로와 비전 찾는 나침반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문·이과의 경계를 허물고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맞춰 과목을 선택할 폭을 넓혔다. 2025년엔 고교학점제도 전면 도입된다. 대학입시 중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중심 전형이 변하고 정시모집에서도 학생부를 반영하는 곳이 생긴다. 이런 흐름에 맞춰 학교 교육도 진로 중심으로 세분화하는 추세다. 청소년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진로, 진학을 설계하는 힘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학생들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하려면 자신의 소질과 원하는 진로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먼저다. 이어 맞춤형 진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의 힘만으로는 학생의 수요를 충족하는 게 쉽지 않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가 경북 20개 고교를 대상으로 '2021 찾아가는 진로·비전 디자인 캠프'를 운영한 것도 학교의 부담을 덜어주고, 학생이 진로를 설계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이 캠프는 다섯 단계로 나눠 운영됐다. 학습유형검사가 1단계.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진로적성검사를 진행했다. 2단계는 진로진학 탐색 특강. 희망 진로별로 전공 학과(계열), 전공 관련 교육과정을 소개하고 그에 맞춘 교육 활동과 학생부 기록·관리 등을 안내했다. 학습유형 검사를 기반으로 한 진로 코칭, 대학교수를 초빙한 대학 전공 특강이 3, 4단계다.

마지막 5단계는 진로 연계 독서. 계열별 진로, 교과와 연계한 독서 강독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역 대학의 석사급 이상 전문가가 강사진으로 참여했다. 인문사회 경영경제 계열은 ▷사회계약론(장 자크 루소 지음) ▷부분과 전체(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생각의 지도(리처드 니스벳) ▷화폐전쟁(쑹훙빙), 자연과학 공학 계열은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연세대) ▷수학의 쓸모(닉 폴슨)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에이트(이지성) ▷진화한 마음(전중환) ▷물질에서 생명으로(노정혜 외)를 함께 읽었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은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을 찾고 자신의 진로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스스로 계획, 설계할 수 있게 돕는 게 우리 역할이었다"며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 학생들이 진로 중심으로 개별화되고 있는 교육과정, 입시 정책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의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의 '2021 찾아가는 진로·비전 디자인 캠프'에 참여 중인 김천 성의고 학생들 모습.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제공

◆김천 성의고의 반응

▷성의고 최용호 교감=2015개정 교육과정이 본격 도입되면서 많은 학교가 여건상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다. 완전 개방향 교육과정을 통해 진로와 연관된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 수강해야 하는 학생들로서도 답답한 부분이 있다. 이 캠프에 대한 학생 만족도가 높았던 만큼 진로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천하겠다.

▷성의고 진로진학부장 김두령 교사=실제 진로 수업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진로 및 그와 연계된 교육과정을 계획한다. 하지만 여러 장벽으로 어느 정도 정해진 각 학교의 기준에 맞춰버리게 되곤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캠프는 유익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설정, 계획하는 데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걸 알고 대학교수들과 인터뷰하면서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성의고 김선호 학생=평소 컴퓨터공학과 진학을 꿈꿨다. 지역의 교육적 한계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어 만족할 만한 행사였다. 특히 첫날 강의에서 들었던 '독서와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이 연관된 수업의 중요성'은 평소 선생님들이 강조하신 학생부종합전형의 중요 평가도와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라 관심을 끄는 주제였다. 자연계열 진학을 희망하는데 사회과목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교수님의 강의도 인상 깊었다. 2학년 때도 다시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의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의 '2021 찾아가는 진로·비전 디자인 캠프'에 참여 중인 경주 근화여고 학생들 모습.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제공

◆경주 근화여고 반응

▷근화여고 류현식 교감=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과 진로 설계를 위한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 중소도시에선 학생들이 전공별 대학교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캠프는 학교의 그같은 부담을 많이 덜어줬다. 고1 수준에선 혼자 접하기 어려운 책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풀어준 점도 매우 좋았다. 이 캠프 덕분에 공교육에대한 학부모의 신뢰도 깊어지고 있다.

▷근화여고 1학년 부장 서경덕 교사=학생들이 자주 얘기하는 고충 중 하나가 고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무슨 대학, 학과에 갈 건지 빨리 정해야 하는 게 힘들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 숙제다. 그런 점에서 이 캠프는 아주 유용한 시간이었다. 학습유형검사를 통한 자기 이해 과정부터 체계적으로 진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대학교수의 전공 소개 강의는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근화여고 김다현 학생=고교 입학 후 진로, 진학에 대해 아는 게 많이 없어 막막하던 차에 이 캠프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 스스로 미래를 설계해보고, 맞춤형 학습코칭을 해주는 점이 반가웠다. 특히 전공과 계열별로 나눠 특강을 제공, 학생들이 소질과 적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준 점이 좋았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큼 좋은 경험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족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