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공동 육아의 날

입력 2021-09-07 10: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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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진 오오극장 홍보팀장
노혜진 오오극장 홍보팀장

매주 일요일, 우리 집에는 쌍둥이 조카들이 찾아온다. 이제 막 세 살이 된 쌍둥이는 남동생의 아들로 아이들에게 이곳은 할머니 집이 되는 셈이다. 휴식을 취해야할 일요일이지만 우리 가족에게 일요일은 그야말로 엉망진창, 정신없는 공동 육아의 날이다. 기운 넘치는 쌍둥이는 나이 많은 할머니와 육아 경험이 없는 고모 그리고 엄마보다 덜 좋은 아빠 셋이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사고뭉치들이라 행복하지만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공동 육아의 날이 시작된 것은 1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쌍둥이들이 걷기 시작하면서 한창 호기심이 왕성할 시기, 갑자기 나타난 코로나는 아이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원래라면 놀이터에서 자연스레 친구를 사귀고 이곳저곳 밖으로 다니면서 좋은 경험을 쌓았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는 아이들의 야외 활동을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집 앞 놀이터마저 폐쇄되는 위험한 시기가 길어지면서 아이들은 매일같이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란 놀이는 모두 섭렵하고 더 이상 할 놀이가 바닥나자 쌍둥이들은 새로운 환경을 찾아 할머니 집으로 놀러오게 된 것이다.

육아가 힘들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다만 예상치 못했던 점은 쌍둥이의 육아 난이도는 하나일 때보다 두 배 아니 네 배로 높아진다는 점이다. 어쩜 이렇게 따로 또 같이 돌아가면서 사고를 치는지 쌍둥이는 어른들에게 잠시의 쉴 틈도 주지 않았다. 또 싸우지 않게 무엇이든 두 개로 나누어 주어야 하고, 누구 한 사람 섭섭하지 않게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 미묘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아이들을 세 번 정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쌍둥이 엄마는 아이 둘과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어떻게 1년을 보냈을까.'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 집 안에서 아이 둘을 보면서 보냈을 텐데 얼마나 고생했을지 그제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엄마라고 해서 육아가 당연하고 쉬운 일이 아닌데 그동안 관심과 배려가 부족했다는 미안함이 들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제안했다. 쌍둥이 엄마에게 휴일을 주자고. 육아에서 벗어나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다른 가족들이 같이 아이들을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매주 일요일마다 쌍둥이는 할머니와 고모, 아빠와 함께 신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이 날을 '공동 육아의 날'이라고 부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쌍둥이를 만나면서 아이들은 쑥쑥 자란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손에 닿지도 않던 방문 손잡이를 이제는 쉽게 돌려서 열고, 단어만 겨우 말하던 아이들이 "이게 뭐야" 공격을 퍼부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짧은 시간들에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공동 육아의 날 덕분에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아이들이 조금만 더 자라면 공동 육아의 날은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아마 아이들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어색한 사이가 되겠지. 지금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소중한 아이들의 시간을 매순간 마음에 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