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제대로 스타일을 구겼다. 미국은 아프간에 2조 달러를 퍼붓고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미국식 군사훈련을 받고 최신식 병기로 무장한 아프간 정규군 30만 명은 탈레반 앞에 오합지졸이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이 수도로 진격하자 현금 다발을 차에 싣고 도주했다. 대통령이 이 모양이니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갈 리 없다. 미국 지원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였을 것이다.
부패와 무능으로 폭망한 나라가 또 있다. 세계 4위 부국(富國)이었다가 최빈국으로 전락한 베네수엘라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국가 베네수엘라의 정권을 1998년에 장악한 차베스는 주체 못 할 오일 머니를 선심성 복지에 쏟아부었다.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무상 주택 등 끝이 없었다. 나랏돈 뿌려 대니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석유가 국가 수출액의 96%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에 유가 하락은 재앙이다. 하지만 차베스 정권은 물론이고 그 뒤를 이은 마두라 정권도 유가 하락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결국 유가 하락으로 나라 경제는 핵폭탄급 충격을 받았다. 미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미국의 가혹한 경제 제재도 얹어졌다. 현재 베네수엘라 국민의 96%가 빈곤층이다.
시선을 안으로 돌려보자. 대통령 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온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전대미문의 복지 공약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본 소득, 기본 주택, 기본 대출에서부터 무상 복지 시리즈 등 점입가경이다. 국가가 촘촘한 복지 정책을 마련해 사회 취약층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시대적 요구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정치권에 불고 있는 선심성 복지 공약들은 국가의 미래마저 위협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 닥칠 리스크들을 살펴보자. 가장 큰 위협은 인구 절벽이다. 인구는 이미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10년 안에 부산 인구와 맞먹는 330만 명이 생산연령인구에서 이탈하고 이후 인구 감소세는 더 가팔라진다. 세금 낼 사람은 없고 복지 수혜자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인구 절벽은 재정·복지·고용·산업·교육·국방 등 우리나라 전반에 들이닥칠 공포의 쓰나미다. 거기에 비하면 당장의 코로나19 팬데믹은 견딜 만한 위기일 수 있다. 정치인이라면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삼성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지금처럼 영원히 잘나가 법인세를 왕창 내줄 수 있을까. 부동산·주식시장의 활황세가 유지돼 관련 세금들이 계속 잘 걷힐 것인가.
공직자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는 '국가 리스크 관리'다. 참된 리더라면 국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용기가 있어야 한다. 한데 그런 자세를 가진 정치인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표 좀 얻어볼 요량으로 국민들에게 아부하려는 위정자들이 넘쳐 난다.
물론, 적어도 대한민국은 베네수엘라, 아프간 같은 막장급 국가가 아니고 단순 비교 대상도 아니다. 수천 년 약소국의 설움을 딛고 신흥 선진국 반열에 올라 세계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나라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미래 리스크가 뻔히 보이는데 대비할 생각은 않고 퍼주기 공약만 궁리하다가는 나라 운명이 한 방에 훅 하고 갈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정치적 무능과 단견으로 외환위기 재앙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자기 주머니 돈 아니라고 나랏돈 막 쓰는 것은 독이다. 우리에게 베네수엘라는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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