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21대 대통령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을 돌아다니며 주권자인 국민에게 한 표를 얻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후보자들을 보면서 대선 정국임을 실감한다. 5년에 한 번, 국민은 귀중한 주권을 행사하여 주인임을 확인한다. 이번엔 무슨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선택은 어떤 형태로든 비교를 전제로 한다. 비교는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우월이 달라진다. 후보의 이념이나 정당, 출신 지역 등을 기준으로 비교할 때와 과거 경력이나 실적을 기준으로 비교할 때의 결과는 다를 수 있다. 후보의 생각과 태도, 품격 등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기준이 워낙 다양하니 선택의 결과도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이 모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최종적인 정치적 선택이 된다는 점이다.
정치적 선택은 경제적 선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주택을 구입하는 등 개인의 경제적 선택의 결과는 선택한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또 경제적 선택은 한계적 선택으로서 선택자에게 추가적 만족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치적 선택은 자신의 선택 여부와 상관없이 공동체 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총체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훨씬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권자들이 불합리한 기준으로 선택해 왔으며 그 결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운명이 달라져 왔다.
2022년 대선에서의 국민의 선택은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견제와 균형'을 회복시키는 선택이어야 한다. 특정 정치세력이 중앙과 지방, 행정부와 의회의 모든 권력을 독점했을 때, 많은 국가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독재(獨裁)와 전제(專制)가 행해지는 모습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에서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경쟁의 상대를 없애고 민주적 법과 제도를 자의적으로 악용하여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가 수없이 자행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치 상대방을 질식시켰다. 모든 부처와 국가정보원까지 자신들과 이념과 가치를 공유한 사람들만으로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이전 정부에서 시도했던 정책을 '적폐'로 몰아갔고, 그 정책을 추진하는 데 참여했던 공무원들까지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숙청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이전 정권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정리했고, 이후 검찰이 자신들의 비리와 범죄를 수사해 오자 법무장관의 인사권과 수사지휘권, 징계권 등 모든 권한을 휘둘러 수사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시켰다. 사법 개혁이란 이름으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장악하여 사회의 최종 심판 기구의 중립성마저 훼손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를 6기를 뛰어넘는 파격 인사를 통해 검찰총장에 임명해 이전 정권 인사들을 숙청해 놓고는 그 윤석열 검찰이 자신들을 수사해 오자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갖은 압박을 가했다. 그 결과, 검찰총장 최적임자라던 사람이 야당의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마찬가지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며 칭찬했던 최 원장이 월성 1호기 조기 폐로 과정에서의 불법을 감사하자 이를 방해하다 못해 압박을 가해 결국 최 원장도 자리를 박차고 나와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경선에 참여하고 있다.
현 정권의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을 지낸 인사들이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사퇴하고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문재인 정권에 의해 죽어 가던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경선 과정이 시작되면서 정치 초년생들인 윤석열, 최재형 두 후보자들에 대한 이런저런 구설이 나타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검증이라는 차원에서 다른 후보들과 함께 야권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랫동안 정계에 몸담고 있던 다른 후보들처럼 그들이 국정의 모든 현안을 하루아침에 파악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한 대통령감이라면 머지않아 중요 현안들에 대한 자신들의 기본 입장을 설득력 있게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주권자의 선택은 그 이후라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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