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7월 낮 최고기온 1℃↑
전문가 "고층 빌딩 난립하면서 바람길 막아"
지난 50년 동안 대구 지역 여름철 평균 기온은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다.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 8월 평균기온은 최근 10년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자연스레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늘면서 대구 취약계층과 야외 노동자 등 폭염에 취약한 이들은 힘겹게 여름을 나고 있다.
◆짧은 장마에 무더위 시작…더위에 지친 사람들
지난 10년 새 대구 평균 기온이 1℃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1~2020년 대구의 7월 평균기온은 26.7도로, 2001~2010년의 25.9도보다 0.8도 상승했다. 최고기온 상승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낮 최고기온 평균은 35.2도에서 36.5도로 올랐다.
올해도 지난주 장마가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됐다. 대구기상청 기준으로 25일 오후 2시 31분쯤 32.9도를 기록했다. 북구 측정소의 경우 이날 비슷한 시간에 34.1도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10시쯤 대구 동구 망우당공원. A(68) 씨는 철거된 벤치를 모아둔 곳에 누워있었다. 오갈 곳이 없어 밖에서 잠을 청한다는 그는 요즘 생활리듬이 바뀌었다고 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낮 시간, 그늘을 찾아 누워 있다 보니 늦은 밤에도 잠에 들지 못한다는 것.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지하 도시철도역에 설치됐던 무더위쉼터도 폐쇄된 상태다. 주변 시선을 이유로 카페나 대형마트, 은행 등 시원한 곳에 가기 어렵다는 A씨 입장에서는 올해 여름은 유독 힘겹다.
A씨는 "겨울보다야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요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낮에는 워낙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 햇빛을 피해 갈 곳이 없다"며 "차라리 낮에 잠을 자고 밤에 깨 있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앞서 22일 대구 수성구의 한 건설현장에서도 노동자들이 불볕 더위와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현장에는 얼음과 캔커피, 콜라가 있는 아이스박스가 있었지만 휴식 시간 노동자들이 헬멧을 벗자 머리카락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현장 노동자 B씨는 "건물 안에 들어가서 작업을 하면 그늘에 콘크리트가 식어 있어 괜찮은데 야외 작업이 문제다. 쉴 때 정수리를 만져보면 뜨끈뜨끈할 정도"라며 "한창 더우면 작업시간을 줄이지만 어차피 10분만 일하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가장 힘든 게 여름철 작업"이라고 말했다.
◆"열 고인 대구, '바람길' 확보가 관건
꾸준히 상승한 여름철 평균기온과는 반대로 대구의 풍속은 감소 추세다. 분지 지형으로 가뜩이나 대구 지역 내 공기순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열을 식혀줄 수 있는 '바람길' 확보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줄어든 풍속의 이유로 고층빌딩 증가를 꼽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의 21층 이상 건물은 1천307개로 전년 대비 74개 늘었다. 같은 기간 대구 전체 건축물 수가 25만234개에서 24만4천373개로 소폭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건물 중 고층 빌딩이 차지하는 비중은 큰 폭으로 늘었다.
최근 대구에서 재건축·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고층 건물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05년만 해도 175개에 불과했던 21층 이상 건물은 2010년 633개, 2015년 849개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고층건물 증가가 바람길을 막아 대구의 열섬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대구의 주요 관문인 달구벌대로와 바람이 흐르는 신천과 금호강 주변에 건설현장이 늘어나 바람 흐름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대구는 주로 여름과 겨울 각각 동풍과 서풍이 부는 등 동서를 축으로 바람이 부는 곳이다. 최근 바람이 흐르는 주요 거점인 금호강과 달구벌대로에 공사현장이 크게 늘어난 점이 우려스럽다"며 "수성구 연호지구와 달성군 서재지역 개발이 본격화되면 공기 흐름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경우 건축 허가 단계에서 풍향계를 두고 공기흐름 영향을 반영하는 등 도시형성 과정에서 공기흐름을 고려하고 있다. 대구시도 조례를 제정하는 등 바람길을 고려하지 않은 건축행위에 대한 규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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