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파병 장병 집단 감염에 국내 접종도 부진, K방역 현실

입력 2021-07-19 05:00:00

아프리카 해역에 파병돼 작전 중인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 장병 300여 명 중 6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18일 오전 8시 현재)을 받았다. 200여 명은 현재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승조원 300여 명 전원을 국내로 후송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고, 특히 좁은 공간에 장기간 머무르며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함정의 경우 코로나 확산에 취약해 백신 조기 접종은 필수였다. 하지만 문무대왕함 승조원 중 백신 접종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다. 문무대왕함 내 최초 의심 증상자 발생 후 확진 판정까지 열흘 이상 걸렸다는 점에서 질병 당국은 물론이고, 군의 코로나 대처가 주먹구구였음이 드러났다. 지난 4월 해군상륙함인 '고준봉함'에서 전체 승조원 84명 가운데 33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긴급 복귀한 사례가 있음에도 함정 내 코로나 감염에 이토록 무관심했다니 납득할 수 없다.

국방부는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인 2월 초 문무대왕함이 출항했기 때문에 접종을 못 했고,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 반응 발생 시 대처가 어렵고 함정 내 백신 보관도 어렵다"는 등 미접종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파병 4개월이 넘도록 '방역 무방비'로 있다가 병사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고, 작전 공백을 초래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군이 해외 파병 자국 군인들은 물론이고, 자국 군인들과 함께 일하는 현지 군무원들까지 조기에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며 자국민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익히 보았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얀센 백신을 지원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자국 군인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 한국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북한에 백신 공급' 운운하고, 국민 대상 '돈 풀기' 범위를 놓고 정부 여당이 치고받느라, 정작 해외 파병 장병들은 코로나에 무방비로 내버려 두고, 백신 부족으로 국민 접종도 지지부진한 것이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는 'K방역'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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