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기록부에는 특기와 취미, 장래희망 작성란이 있다. 매년 바뀌는 장래희망과 대조적으로 마치 정답이 있는 듯 취미 부분을 '독서와 영화감상'으로 채웠다. 진정 즐겼던 것이 그러했는지조차 기억나질 않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우리의 일상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등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자연히 답답함으로 인해 찾아오는 우울, 불안, 짜증을 겪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블루'다.
이러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요리, 홈 가드닝, 홈 트레이닝 등은 이미 대세다.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회식 등의 외부 모임을 줄이는 대신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은 것이다. 일상에 변화가 컸지만 '워라벨(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조금씩 맞춰지며 덕분에 여유도 생겼다.
결혼 전 "취미가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고 자신 있게 내뱉었던 답은 '뮤지컬 감상'이었다. 잃어봐야 소중함을 느낀다고 했던가. 바깥에서 즐기는 문화생활에 제약이 있는 지금, 그동안 소소하게 즐겼던 내 취미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유명한 소설가 카렌 블릭센은 "씻고 먹고 마시고 일하고 자는 일 외에 어떤 기대나 계산 없이 희망도 절망도 없이 자발적으로 매일 빠지지 않고 조금씩 하는 '그것'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고 했다.
요즘 나의 '그것'은 식물 가꾸기다. 흙과 식물을 만지며 집중하는 시간엔 모든 걱정을 잊고 마음을 위로 받는다. 식물의 초록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크다.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사랑을 준 만큼 보답하는구나 싶다. 식물은 관심을 주는 만큼 성장하는 모습도 달라진다.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아이와 함께 식물을 가꾸다 보면 나뭇잎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며 미소 짓는 그의 얼굴 속에서 빛나는 일상을 발견한다.
"조심하세요! 여가를 잃으면 영혼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If you are losing your leisure, look out! -- It may be you are losing your soul.)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다.
잠잠해지던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바깥 생활이 어려워진 지금. 불편함 속에서도 나름대로 현명한 생활을 고민하게 된다. 이 시국을 '나'를 찾는 계기로 삼아 취미 하나쯤 만들기 좋은 기회라 생각하며,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찾아 즐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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