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청년들의 진짜 이야기를 해주세요”

입력 2021-07-13 18:05:24 수정 2021-07-13 19:21:54

변선진 사회부 기자

변선진 매일신문 사회부 기자
'이과장' 유튜브 캡처
변선진 매일신문 사회부 기자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던 20대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그린 유튜브 웹드라마 '좋좋소'가 막을 내렸다.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는 전자레인지·믹스커피·컵라면이 전부인 일부 중소기업의 멸칭인 '좋소기업'. 중소기업의 현실을 그대로 녹여낸 짧은 웹드라마가 소위 '중소인'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거 완전 우리 회사 얘긴데…." 회당 평균 7천~8천 개가 달리는 댓글엔 자신이 놓여 있는 처지와 비슷하다는 글이 넘친다. 젊은 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선 "미디어, 정치권 등 이제껏 어디에서도 다뤄지지 않은 중소기업 현실을 풍자해 마음의 위안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대기업 취업문은 더 좁아졌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주요 기업 채용 동향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채용 계획을 세운 137곳의 올해 2분기 채용 인원 중 62.4%만이 신입이었다. 심지어 수시 채용도 37.3%나 됐다.

20대 청년은 경력이 없기 때문에 '신입'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공채마저 꺼리는 분위기다. 수시 채용은 '인턴 등 실무 경험이나,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뽑기 때문에 취준생들이 들어가기 더 어렵다.

이에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많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기업의 99.9%는 중소기업에 해당하고, 전체 기업 종사자의 83.1%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9983'이라고도 불린다.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생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중소기업은 요즘 어떤가요?"라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하지만 막상 중소기업에 들어간 청년들은 오래 다니지 못하고 탈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근무 환경에 비해 턱없이 적은 월급 때문만은 아니다. '똥군기' '텃세'를 부리는 직장 상사, 복지는 전무하고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는 문화, 시스템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조직 등에 적응하지 못해서다. 사장들은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끈기가 없냐"고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불합리한 직장 환경을 버티면서까지 다닐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최근 정치권과 미디어에서는 '이대남' '이대녀' 이슈가 한창이다. 하지만 20대 청년들은 "'이대남' '이대녀'가 뭔지, 솔직히 공감이 전혀 안 된다"고 말한다. 취업 준비하기 바쁘고, 후진적인 기업문화 탓에 쉽사리 적응을 못 하는 삶을 대부분 살아가고 있어서다.

요즘 담론에서 '청년'이라는 키워드가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제 소비·수단의 목적으로서의 청년이 아니라, 진짜 주체로서의 청년 이야기를 해야 한다. 웹드라마 '좋좋소'가 뜬 이유도 이제껏 조명한 적 없는 청년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다뤘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 우울에 이어 청년 고독사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또, 사회 초년생으로 이행하는 시기가 늦춰지고 있으며 대면 업종이 위축돼 파트타임 일자리조차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청년 담론에 대해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20대는 "이제껏 어디에서든 소외됐던 청년들을 위해 누군가 대변하는 척 나서 주는 점에서 시원한데, 뜯어 보면 영양가와 실체가 없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대남 이대녀'에 대한 한 전문가의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 문제 중요하죠. 가령, 고졸 청년, 지방 청년만 하더라도 지금 '이대남' '이대녀' 등 청년 담론에 공감 못 할 겁니다. 현재 나오는 청년 담론은 과대 포장됐고, 청년 중 일부만 조명됩니다. 남녀를 갈라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누가, 왜 도움이 절박한지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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